노출의 계절 털과의 전쟁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니 `털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각종 제모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들부터 시술을 받기 위해 전문숍으로 향하는 사람들까지 준비태세도 다양하다.

뷰티 분야에서 `셀프`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모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 셀프제모를 하려고 보니 털에 관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에 직면하게 된다.

◇털을 뽑으면 두 배로 난다?= 이 속설은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털은 모근을 감싸고 있는 자루인 `모낭` 안에서부터 자라는데, 한 개의 모낭에 최대 4개까지 생성된다.

모낭의 개수는 태어나면서 결정되며 사람마다 정해져 있다. 또 각 모낭마다 모근 개수 또한 정해져 있는데, 모근을 제거한다고 해서 해당 모낭에서 생성되는 모근의 개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털을 너무 자주 뽑으면 모근 주변의 피부가 늘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우리 몸에서 자라는 털에도 수명이 있고 성장주기가 있다.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에 따라 털이 자라고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털들 또한 수명이 제각각이라 각각의 시기에 따라서 굵기도 다르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더 굵거나 가는 털이 비교되는 것이지 털을 제거한다고 더 두껍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족집게로 털 뽑기 감염 우려= 털이 피부 각질층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피부 안으로 자라는 것을 `인그로운 헤어(Ingrown Hair, 매몰모)`라고 한다.

원래 인그로운 헤어는 흑인처럼 곱슬거리는 체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생기는 현상이지만, 털을 뽑는 과정에서 곱슬거리게 되거나 끊어지면 피부 안쪽으로 파묻히면서 인그로운 헤어와 유사한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하다면 섣불리 건드리지 말고 전문의의 처방에 따르는 것이 좋다. 괜히 매몰된 털을 뽑으려고 하다 상처가 나거나 감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그로운 헤어의 재발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모를 하지 않는 것이다. 털 과다증(다모증)은 정상적인 기준보다 밀도가 높거나 길이가 긴 상태로, 크게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인 원인으로는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와 임신 중 산모가 항경련제나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하거나 술을 마실 때 술 속에 있는 알코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후천적인 털 과다증은 약물이나 독소,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털 과다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모를 하기 전에 원인이 되는 질환의 유무를 찾는 것이다.

◇제모 시 주의사항은= 왁싱은 끈적끈적한 상태의 왁스를 제모 부위에 바르고 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제모 방법이다. 모근까지 뽑히기 때문에 면도기보다 제모 효과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왁싱 과정에서 피부에 필요한 각질까지 떨어져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피부가 붉어지거나 예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왁싱 후에는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수분크림을 발라 진정시키거나 냉찜질을 하는 등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털이 또 자라면 왁싱을 재차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피부손상의 우려를 간과할 수는 없다.

위생적인 제모를 위해서는 반드시 면도기 등 제모 도구를 소독한 후 사용해야 한다. 면도기를 사용할 때는 셰이빙 크림이나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힌 뒤에 면도해야 자극이 적다.

면도 전에는 따뜻한 수건을 덮어 모공을 열고 면도 뒤에는 찬 수건을 덮어 모공을 좁히고 보습크림을 발라준다. 면도기는 털이 난 방향대로 밀어야 피부의 자극을 줄일 수 있다.

털이 난 반대 방향으로 제모하면 날카로워진 털이 모낭을 찔러 모낭염에 걸릴 수 있다. 또 털이 너무 짧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제모를 할 경우 피부 자극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면도날과 피부 접촉을 되도록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이중선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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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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