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학과 무관한 사람들도 대학이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대학들이 문들 닫을 것이라는 뉴스가 언론매체에 오르내린지도 꽤 오래돼 대부분 조금씩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 대해 조금 아는 분들은 11년째의 등록금 동결, 청년 실업문제 등으로 대학들이 정말로 어렵다고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그러나 대학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학의 위기는 대학이 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외면당할 수 있다는 본질적인 이유에 더 기인한다고 본다. 대학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은 대학진학률로도 이야기 할 수 있다. 2008년 83.8%였던 대학진학률은 2016년 69.8%로 처음으로 70% 이하로 내려왔으며, 향후 지속적인 감소가 예상된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꾸로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자기개발을 해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이라 불리지 않으면서도 대학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추 제조 회사를 운영해 성공한 분에 의해 2015년 만들어진 건명원(建明苑)은 10개월간 30명 정도의 청년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인문-과학-예술을 기반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구축하는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기관의 모집 경쟁률은 수십대 일에 이른다고 하며, 졸업생들은 기업을 창업하거나 사회의 창의적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명원보다 10년이나 앞서 설립된 `아름다운 서당`도 대학은 아니다 대학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관도 10개월 과정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문학, 철학, 역사, 예술, 사회, 경제, 과학기술 분야를 망라하는 100권의 동서양 고전과 30권의 경영학 서적을 읽게 하며 주 4시간의 봉사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 대부분이 희망기업에 취업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지만 이곳의 졸업생들은 본인이 소속한 대학보다 이 기관 덕분에 자기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

건명원과 아름다운 서당이 대학의 보완적 기능을 한다면 대학을 대체하는 기관들도 있다. 삼성에서 만든 디자인교육원 사디(SADI)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정규학위를 제공하지는 않으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3년 9학기로 운영되는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 교육을 제공, 창조적인 디자이너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졸업생은 대부분 취업이 쉽게 이루어지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활약하고 있어 이 기관의 명성도도 높아지고 있어 기존 대학의 위치를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촌대학교라는 대학 아닌 대학도 있다. 공식적인 대학도 아니고 특정인이 설립한 것도 아니며 생각을 공유하는 청년들에 의하여 만들어졌으며, 스스로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으로 학과를 만들고 강사를 구해 운영하고 있다. 마음을 담아 봉사하는 법을 배우는 심봉사학과, 축제감독을 양성하는 축제학과 같이 이색적인 학과들이 수시로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한다. 제대로 된 대학 건물도 없이 신촌지역의 카페나 교회 등에서 운영되는 이런 기관의 모습에서 교육에 대한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기존 대학의 한계를 엿보게 된다.

이러한 대안적인 대학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지만 대학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와 같은 것이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기존의 대학 강의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돼 운영되는 고급 지식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만일 유튜브와 같은 곳을 통해 이런 고급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면서 창의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대학이 나타난다면 기존의 대학보다 오히려 더 경쟁력이 커질 수도 있다. 어쩌면 아마도 우리 대학에게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앞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구글대학`일 것 같다.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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