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북권 거주민 중심으로 택시 수요 하락, 왕복 운행 불가능한 여건 상 영업이익 급락 주장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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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택시업계가 KTX 세종역 신설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종역 신설 시 역사와 비교적 가까운 대전 서·북권 주민들의 택시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운행 시 영업 지역이 한정돼 있어 편도 운행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재 연구용역 중인 세종역 신설안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세종시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3일 지역 택시업계와 세종시 등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달 2일 `호남고속철도 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 용역은 KTX 세종역 신설을 두고 사업성 유무를 검토하고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고속철도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용역 비용은 총 1억 2000만 원으로 결과는 내년 2월로 예정됐다. 시는 그동안 세종역 신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전무했던 만큼 용역을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사업은 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사항이었던 데다 세종이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당면 목표라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전 택시 업계는 세종시의 이 같은 행보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는 이동 거리와 시간 등으로 승감소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에서 KTX를 이용하려면 대전역 또는 서대전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세종시와 맞닿아 있는 대전 서·북권 거주민들은 대전·서대전역보다 세종역(예정지)과 거리가 가깝다.

반석역을 기준으로 대전역까지 이동시간은 도시철도 이용시 30여 분이 소요되고, 택시·자가용은 통상 40여 분이 걸리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1시간 가량까지도 소요된다. 그러나 반석역에서 세종역까지는 차로 5분 여, 간선급행버스체계(BRT)로는 10여 분이면 당도할 수 있다. 대전에서 택시를 이용해 세종역을 가더라도 기본요금 수준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대전-세종 간 기본요금 3300원에서 지역 간 할증(20%)으로 660원이 추가돼 3960원을 내야 하지만 대전·서대전역과의 거리를 고려하더라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전지역 택시업계의 설명이다.

대전-세종 간 편도 영업만 가능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전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세종역으로 이동할 순 있지만, 이후 택시 승강장에 머무르며 대전으로 돌아오는 승객을 태울 수는 없다. 택시 면허권을 받은 지역 외 영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 급락도 우려된다.

업계는 세종역이 신설돼야 한다면 대전 택시가 왕복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역에 대전택시 승강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고 세종역 신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세종시를 상대로 총궐기대회에 나서는 등 전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역 택시업계 관계자는 "세종역이 신설되면 대전 서·북권 기대 승객 50만 명을 중심으로 수요가 줄어들며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공항도 인천과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승객을 위해 각 지역 택시들이 공동 영업 중인데 세종역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택시사업이 지역별 영업 구역이 나눠져 있는 탓에 쉽지 않겠지만 세종역이 건설된다면 충청권 상생 차원에서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KTX 세종역이 만들어진다면 대전 시민들의 이용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 단독 의사로 통합운영을 결정할 순 없지만 대전시의 협력이 있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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