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나이에 예민한 나라가 있을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첫 만남에 상대방의 학연·지연·혈연 등 이른바 호구조사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게 나이다.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도 걸핏하면 나오는 말이 `나이가 몇 살이야`다.

나이가 때론 핸디캡이 되는 나라.

오죽했으면 유행가에 `내 나이가 어때서`가 나왔을까.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 게 나이인데, 이 나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은 곳이 있다니 실소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다.

위례시민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부처나 국가공무원, 지방자치단체지방공무원, 교육자치단체지방공무원의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나이 변경(연령 정정) 사례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시쳇말로 `깜놀`이다.

이 기간 법원에 연령정정신청을 통해 허가를 받아 나이를 바꾼 공무원은 157명이라고 한다.

물론 대부분 나이를 줄인 사례다.

평균 1년 18일, 2년 이상 줄인 공무원도 20명이나 됐다.

무려 4년을 줄인 공무원도 있다.

짐작한 대로 이들은 정년을 앞두고 퇴직 시기를 늦추기 위한 꼼수 성격이 짙다.

실제로 정년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고 출생연월을 바꾼 사례가 많았다.

157명 중 114명이 50대에 나이를 바꿨다.

만 60세에 나이를 바꾼 사례도 14명이나 됐다

승진 발령 직후 출생연월을 수정해 나이를 낮춘 공무원도 상당수였다.

157명 중 85명이 승진 직후에 출생연월을 수정했다

공무원이 승진 후 연령을 낮추면 해당 직위에서 일하는 기간이 1-2년 길어지고, 정년도 그 만큼 늦춰져 고액의 월급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다.

반면 후배 공무원들의 불이익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위례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지 가정법원에 연령정정신청을 해서 나이를 변경할 수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나이를 변경한 공무원의 96%가 나이를 줄였다는 점과 그 중 60%가 승진을 하고 나서 줄였다는 점"이라며 "이런 얌체 공무원의 행태는 성실한 후배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법원도 공무원의 연령 변경신청을 보다 엄격히 검토한 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왕년 생각을 하겠지만 그래도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순리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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