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 확산과 함께 직장내에서 성희롱을 당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 조사와 징계 같은 후속조처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인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올 3월까지 1년간 71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월평균 60건, 하루 2건 꼴로 성희롱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익명(294건)보다 실명(423건)으로 신고한 사례가 더 많았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처와 해당 사업장 지도·감독을 원하는 피해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노동부는 분석했다.

피해자들은 실제 사내 고충처리기구 또는 인사팀, 상사 등에 신고(30.0%)하거나 행위자에게 직접 항의(27.9%)하고 상사에 도움을 청하거나 상담(16.5%)을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익명신고센터에 징계·처벌 등 법적 조처(42.8%), 사건 조사(31.2%), 재발 방지 교육(25.0%)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성희롱 신고에 대해 조사에 나선 비율은 17.5%에 불과했고 조사도 하지 않거나(16.0%) 신고자 입장에서 형식적인 조사(4.3%)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신고 내용만으로 회사의 대응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는 58.2%다.

가해자에 대한 조처 사례는 징계 등을 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한 게 24.8%로 가장 많고, 피해자가 보기에 경미한 징계 혹은 구두경고 등으로 마무리된 사례가 7.4%를 차지했다. 가해자 징계는 8.8%에 머물렀다. 가해자와 같은 부서로 배치(6.7%)하고 해고(6.3%), 사직종용(5.5%)에 처하는 등 오히려 피해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여성직장인은 남성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노동부에 신고했으나 사업주는 직원들이 당국 조사를 받아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이 여성을 해고했다. 노동부는 사업주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를 징계 등 조처하고 피해자에 신분·인사상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은 공공부문(59건)보다 민간기업(658건)에서 대부분 발생하며 신체 접촉부터 추행까지 포함한 경우가 48.5%로 가장 많았다.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로 불쾌감·굴욕감을 주는 사례도 42.0%에 달했다. 피해자의 고용 형태는 신고 내용만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83.5%로 가장 많았고 계약직·시간제 노동자 10.9%, 파견·용역 노동자 0.6%, 자유계약자(프리랜서) 0.3%로 이른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성희롱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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