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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특수교사가 되겠다는 제자들에게

2019-06-20기사 편집 2019-06-20 08: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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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로 교육 봉사를 다녀온 다음 날 너희들이 내게 자랑을 하듯 투정을 부리듯 이야기를 했지. "어제 특수학교에 교육 봉사 나갔을 때 우리 반 아이가 저만 보고 웃고 제 손만 잡으려고 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저는 우리 반 아이에게 꼬집히고 발로 차였어요"라고 말했지. 내가 깜짝 놀라 "그랬니? 괜찮았어?"라고 물었더니 "근데 저를 꼬집고 발로 찬 아이가 손힘이랑 다리 힘이 너무 약해서 제가 더 속상했어요." 장애아동들에게 꼬집히거나 발로 차인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교육 봉사에 만나는 아이들을 예뻐서 어찌할 줄 모르는 너희들을 보고 제자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매년 우리 학과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보면 항상 여러 감정이 든단다. 그리 녹록지 않은 특수교사의 길을 가게 될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여러 진로가 있었을 텐데 장애아동 교육을 하겠다고 입학한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갓 스물이 된 학생들이 특수교사의 길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기나 하고 입학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마 잘 몰랐을 거야. 나 역시 그랬으니까. 작은 것을 결정할 때에는 오히려 오랜 기간 여러 정보를 얻어 샅샅이 비교한 후 심사숙고해서 정하곤 하는데, 어찌 보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일들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작은 계기를 통해, 혹은 직관을 통해 정하게 되는 것 같아. 예를 들어 결혼이나 직업 선택과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 같다.

특수교육과에 오는 학생들의 경우도 그렇지. 장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중고생 때 우연히 같은 반에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와 잠시 짝을 하게 되면서 친구와 행복한 교감을 했던 짧은 경험이 있어서 특수교육을 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고등학교 때 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우연히 특수학교에 자원 활동을 가서 자폐성 장애 초등학생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그때 '세상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유로운 표정'의 자폐성 장애 아동을 만나고 그 표정에 반해서 특수교사가 되기도 하지.

앞으로 너희가 졸업해서 특수교사로서 근무하게 되면, 예쁜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아무에게나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장애아동의 백만불짜리 웃음을 볼 수 있을 거야. 또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아이들의 미세한 발전을 너희는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어떤 일보다 의미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될 거란다.

그렇지만, 그날이 그날같이 눈에 띄게 변화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이 빠질 수도 있어. 아이들의 발전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게 될지도 모르지. 또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너의 체력이 안타까울 수 있어.

어떤 때에는 너의 열정과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은 학부모로 인해 속상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건 장애아동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길 바라. 부모님들도 다른 누구보다 특수교사로 인해 속상할 때도 있을 텐데 그건 서로 '아군'이라고 믿고 더 많이 기대하다 실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어찌 됐든 부모와 특수교사는 아이를 함께 사랑하는 '아군'인 것이 맞고 장애아동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거야.

앞으로 졸업하여 초임 특수교사가 되면, 아이들은 너무 예쁘지만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잘 모르겠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불안할 수 있단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에 아이들이 눈길을 주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질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웃음을 참을 수 없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리고 노심초사하며 밤새 수업을 준비하는 바로 그 초임교사 때가 특수교사로서 가장 행복할 때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 오히려 교사로서 경력이 많아졌을 때 늘 처음의 설렘, 처음의 사랑, 처음의 열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힘든 일일 거야. 그나저나 너희는 어떻게 이 귀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니!

전혜인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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