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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운명 앞 한줄기 희망

2019-06-19기사 편집 2019-06-19 1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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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뉴스] 애니프루 지음/ 문학동네/ 516쪽/ 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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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로 널리 알려진 애니 프루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시핑 뉴스(Shipping news)'가 출간됐다.

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온몸으로 생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온 애니 프루는 이 소설에서는 미국에서 얻은 상처를 안고 캐나다의 변경인 뉴펀들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첫 단편집 '하트 송과 단편들'을 발표한 1988년 이미 오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그녀는 첫 장편소설 '엽서'로 펜/포크너상을 받은 뒤 그 해 연달아 발표한 이 작품으로 미국 작가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두 상,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서정적이면서도 거침없는 문장과 장대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한 번에 잡는 데 성공했다. 작가로서 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통해 풍부한 생의 면면들을 소설로 옮겼다. 소설을 통해 삶을 경험한다고 말하는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먼저 삶이 있고 그 다음에 글이 따른 셈이다.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며 원예나 요리에 대한 실용서를 펴내기도 한 그녀의 소설적 특징은 사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시핑 뉴스' 또한 이러한 그녀의 지적 토양에서 탄생했다.

1935년 미국 코네티컷주 노리치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버몬트,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로드아일랜드 등지를 옮겨다니며 자랐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흥미를 보여 열 살 때 첫 단편소설을 썼으며, 1963년 '이프'에 사이언스픽션 '세관 라운지'를 발표하며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캐나다 접경지인 버몬트주 케이넌에 정착해 낚시, 사냥, 카누 타기를 즐기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포도 재배나 유제품 요리, 원예에 대한 실용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그는 이 시기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작가 자신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을 쓰겠다고 공언한 뒤 내놓은 '시핑뉴스'는 불행의 복판에서도 희망 한 자락을 굳게 움켜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연 속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작업을 주로 해온 그녀에게 지역적 배경은 인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소설에서 뉴펀들랜드가 그 어떤 인물보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이유다. 캐나다 변경의 척박한 땅, 빙산으로 가득한 항구도시인 그곳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상실과 회복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빛을 가장 밝게 빛나도록 해주는 것이 어둠이듯,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불행이 아닐까. 단순히 불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감정들을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애니 프루 소설의 또다른 특징은 아름다운 문장에 있다. 그녀는 탐구자의 자세로 리얼리티를 구축한 후 시인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하는 일을 완벽히 성공해냈다"는 '뉴욕 타임스'의 표현에 어울리는 그녀의 문장들은 간결하고 강력한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하고 축축한 빵 덩어리 같은 몸' 같은 묘사나, '하늘에 마구 휘갈겨진 구름' 등과 같은 시적인 표현들, 산문과 시의 경계에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그녀만의 문장들은 이야기에 긴장감과 입체감,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녀의 뛰어난 점은 소설 속의 문장들이 단지 독창성을 위해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애니 프루의 문장은 오로지 그녀가 그리는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기 위해, 인물들을 더욱 극적으로 살아 있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녀의 글은 압도적이고, 위협적이며, 때로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는 점에서 대자연을 닮았다.

애니 프루의 이번 신간은 현대의 소설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진폭 넓은 삶의 행불행을 경험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묵직한 울림과 따스한 위안을 전해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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