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플랫폼에 서다 외

△플랫폼에 서다(혜범 지음)= 1990년대 초반 구도 소설 `반야심경`을 펴내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혜범 스님이 악의 무리에 징벌을 가하는 화이트해커의 활약상을 그린 장편소설 `플랫폼에 서다`를 18년 만에 출간했다. 이 소설은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애, 희망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되뇌여 보자는 화이트해커를 등장시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기관과 범죄조직을 와해시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은 미스터리 범죄소설이다. 혜범 스님은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소년원에 수감 중인 해커와 사이버수사대 요원과 국가보안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또 실제 해커와 지능범죄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도박사이트, 위성해킹 등에 3년 여를 부지런히 취재했다. 북인·320쪽·1만 4000원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최경실·이성진·이미숙 외 7인)= 원망, 낯섬, 엄함이란 단어와 울타리, 산봉우리, 자상이란 단어 등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묘하게 들어맞는, 자식들에게 아버지란 그렇게 이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 때문에 더 다가가고 싶은 사람, 그 이름 `아버지`. 강병철 작가를 비롯한 10명의 선생님들이 거친 시대를 묵묵하게 견뎌낸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진솔한 10가지 색깔의 글로 묶어냈다. 따뜻하고 애잔하며 아픈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가장(家長)이라는 제복"을 입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부모를 봉양하고 어린 자식들을 길러내며 가난을 헤쳐 나가야 하는 전통적이고도 무거운 제복을 입고 있다. 이들은 시대의 한복판을 묵묵히 걸어와 거친 목소리와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 `자식들의 오해와 뒤늦은 이해와 연민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거나 떠나는 중`이다. 작은숲·260쪽·1만 4000원

△염소와 꽃잎(유진택 지음)= 시인은 경물과 친밀하고 조화로운 서정성을 띠면서 가족과 연인은 물론 자신이 살아가는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인의 세계인식은 사랑의 본질을 회복하고 사랑의 의의를 인식하고 사랑의 가치를 지향한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경물을 통한 사랑의 변주는 큰 의미를 갖는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스스로 피상적인 존재로 남지 않기 위해 가족애와 이성애와 사회애를 추구하는 시인의 시선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푸른사상·116쪽·9000원

△호주머니 속의 축제(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아무 가진 것 없는 젊은이, 그러나 두 손이 빈 만큼 그 손에는 어떤 막중하고 무겁고 고귀한 것도 담을 수 있는 잠재력과 꿈이 가득한 청춘 시절의 헤밍웨이가 눈부신 파리 거리를 거니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지는 보석 같은 책이다.

글쓰기를 도구로 헤밍웨이가 한평생을 좇았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경의가, 특히 가족과 몇 동료 예술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감정이 절절하게 스며 있다. 어디에나 나무가 심겨 있어, 계절의 흐름을 육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파리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난하고 젊은 문학가의 산책과도 같은 산뜻한 생활기는 책장을 넘기는 우리 여행자 겸 생활자 모두에게 아련한 향수와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민음사·268쪽·1만 800원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