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춘 개인展 외

강태춘, 금강(봄)
강태춘, 금강(봄)
△강태춘 `Ceramic`=20일부터 26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

바라보니 산에 빛이 있다. 한 해가 흘렀다.대지 위에 아로새긴 듯 한 날카로운 두드림의 개골은 그대로이다. 첩첩의 바위 모습도 제 모습이고, 큰 바위 작은 바위 저마다 원만한 것도 그러하다. 그 자체로 충만한 산의 정신은 한결같다. 어느 덧 골산(骨山)에 사계의 색이 발한다. 꽃 피는 봄, 맑은 바람 부는 여름, 밝은 달 오른 가을, 흰 눈 소복한 겨울. 바라보니 산에 빛이 있고, 소리 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는 작가의 숨결이 산에서 빛나고 있다. 산의 영혼을 보존하고 영원한 민낯을 재현한 작가는 이제 산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한다. 생명의 형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영양분은 성실이다. 무수한 두드림의 성실은 산의 골격을 형성했고, 사계의 색을 입혀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내 세워진 산은 우리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사람은 누구나 휴식의 순간에 산을 진정 즐기고 바라볼 수 있다고 작가는 긍정한다. 강태춘 작가의 초도작이 산을 대면한 경외감을 표현했었다면, 이번 작품은 산의 경외감마저 포용한 작가의 숨결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산 앞에서 침묵한다. 침묵은 가장 소중한 휴식을 안겨주고, 가장 귀한 시간을 선물한다. 우리가 산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산이 된다. 산과 내가 있는 그곳에 특별한 한가로움이 존재한다. 잠시 작가의 산 앞에 서서 그 특별한 한가로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정철 `Painting`=27일부터 내달 3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 제1전시장

정철의 그림은 특정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재현이 아니기에 `읽기`란 곤란한 경우가 많다. 둔탁한 듯 힘 있는 붓질은 세월의 파편을 훑는다. 비로소 화면 위로 부상한 기억의 그림자들은 예의 침묵과 침잠된 채 존재하던 시간에서 일어나 하나둘씩 배회한다. 작가는 이를 천천히 그러나 숨 가쁘게 거둬들이고, 소환된 모든 것들을 버무려 자신만의 조형으로 빚는다. 형상 없는 여백, 자유롭게 꿈틀거리는 선, 공간과 시간의 영원한 공생은 그렇게 애써 설명도 이해도 필요 없이 본질의 세계를 향해 줄달음친다.

생명력 꿈틀거리는 본연의 자연과 인간 삶의 상관성에 개인의 서사를 군더더기 없는 조형요소로 심어놓으면서 땅의 순수함에 대한 믿음, 깊이에의 다름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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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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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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