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서 열린 2차 민주당 충청권 당정협의회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문제가 거론됐지만 지역민들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왜 혁신도시 지정이 요구되는지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의 현장 발언 내용에 잘 정리돼 있다. 허 시장은 "갖은 박탈감이 정치적 감정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역정서를 대변한 모양이고, 양 지사는 "지역인재 채용의 충청권 권역화 근거인 혁신도시법을 조속히 개정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당 지도부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해찬 당 대표는 "혁신도시 지정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 이전도 중요하다"면서 "연말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이인영 원대대표는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부연하면 이 대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용역 결과 검토` 발언과도 맥락적으로 연관됨은 물론이다. 이 원내대표 어법은 상대적으로 솔직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진척된 게 없다는 얘기고 그런 상황에 대한 난감한 심정이 `안타깝다`는 비정치적 언어를 구사케 하지 않았나 싶다. 충청권 당정협의회가 혁신도시 지정 의제만 논하는 자리가 아님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현안들은 전국 공통사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혹은 정부차원의 결심이 서기만 하면 시동을 걸 수 있는 이슈들이 섞여 있다.

혁신도시는 경우가 다르다. 우선 법개정이 필수적이며 당지도부 역할은 자명하다. 법 개정을 위해 당론으로 추동해 국회처리를 도와주면 된다. 그에 대한 즉답을 듣고 싶은 지역민들인데 주파수 일치가 안 되는 것을 보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혁신도시 지정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헷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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