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치고 충전이 필요할 때 필자는 여행을 간다. 거창한 여행은 아니더라도 여행 경험들이 쌓여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장소에서 온전히 나의 선택에 의해 계획되고 이뤄지는 여행. 현실에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던 것 들은 여행에서 온전히 나에 의해 결정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소소한 경험의 연속이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같은 곳을 열 번을 가더라도 그때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느끼게 한다.

어느 여행가는 여행을 어떻게 기억에 담아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림을 언어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여행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타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앞으로 그렇게 기록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했던 시간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삶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모르는 길을 가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헤매기도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도를 살피고 GPS를 확인한다.

그래도 찾지 못할 때는 이 여행을 왜 시작했는지 후회하고 괜스레 화가 나며 처한 상황에 우울해진다.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 `과연 잘 찾을 수 있을까`, `이게 끝이면 어떡하지` 혼란스럽고 한순간에 절망감에 빠진다.

하지만 다시 거슬러 오르며 마음을 다잡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물어보고 끝내 길을 찾게 된다.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하지만 후에 그날을 돌이켜보면 길을 잃어버렸던 경험이 보란 듯이 자랑할 수 있는 순간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기억에 남는 경험은 본인이 고심했고 가장 힘들게 이루거나 우여곡절이 있는 일이다.

그렇게 상황을 이겨냈을 때 내 경험으로 쌓이고 타인에게 내가 스스로 어떻게 이겨냈는지 말할 수 있다. 실패한 경험이라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 그때를 기억할 수 있다면 훌륭한 경험이 된다. 같은 상황에서 괴로워하지 않을 테니까. 이 같은 경험들은 자신과 더불어 타인에게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 같은 상황을 겪어 힘들어하고 있다면 내 경험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내가 겪어봤는데 참 힘들었다고 그래서 내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이것보다 좋은 위로가 있을까. 여행에서 경험했듯이 분명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는 찾아온다. 너무 벅차다면 스스로를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힘들면 아무리 주변 상황이 좋아도 행복할 수 없다. 인생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산다. 가장 중요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길을 잃어버렸다면 끊임없이 얘기하라. 그것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위로 받을 수 있다.

나와 같지 않더라도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필자가 겪은 힘든 일은 항상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동기들이 있었고 나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선배가 있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동기나 선배들이 다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위안이 된다.

`실패하기도 하는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삶은 나를 한 걸음 더 나가게 하고 속 깊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힘들면 여행을 가자. 온전히 나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며 다시 한 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 길을 잃는 걸 두려워 마라. 인생은 그런 것이다.

김지현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