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흔히 하는 말에 `운칠기삼(運七技三)`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예(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라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운(運)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라는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의 재능을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운이 따라주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현실적으로는 분야에 따라 이 이야기가 적용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분명히 운보다는 기예가 앞서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은반 위에서 점프를 시도할 때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유는 얼음판 위 점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여러 요소가 분명히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페널티킥 성공 여부도 그렇다. 선수의 기량이 무엇 보다 우선하지만 우연히 공이 골대를 맞았을 때, 밖으로 튀거나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운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는 할 수 없다.

피겨나 축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기량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향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대체로 의도적인 실패가 가능하다면 기량이 좌우하는 분야에 가까운 듯 보인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평소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좋은 운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연히 찾아올 수 있는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준비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마치 같은 씨앗이라도 심어지는 장소에 따라 다른 운명을 가지는 것과 같다. 기회라는 씨앗은 비옥한 땅에 심어지고 충분한 햇빛과 물이 공급돼야 비로소 좋은 결실을 맺는다.

이처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바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행운이 원한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기다릴 때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거기서 행운을 찾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박노해 시인은 `행운을 잡으려 노력하지 말기를 행운을 맞이할 만한 사람이 되기를` 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부산하게 행운을 쫓아다니기 보다는 조용히 준비하며 행운을 맞이할 만한 자격을 갖춰 나가야 한다. 본인이 맞은 행운을 주변 사람들과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 주위에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진정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주위에 줄 수 있는 행운에 대해 생각해 본다.

딸들에게는 좋은 아빠를 만났다는 행운을, 긴 세월 함께 해 준 아내에게는 좋은 동반자를 얻었다는 행운을 주고 싶다.

솔직히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고 희망 사항이지만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병원 식구들에게도, 아픈 곳이 있어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도 좋은 의사를 만났다는 행운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희망을 위해 해야 할 준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어 본다. 네잎클로버는 흔히 행운의 상징으로 쓰인다.

산책을 하다가 인근 공원이나 수목원 언저리 등 클로버가 무성한 곳에서 네잎클로버 찾기를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 했다. 아마도 필자는 네잎클로버 발견이라는 행운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물론 보다 열심히, 그리고 자주 찾아보지 않은 탓도 있겠다. 또는, 그 자리에 얼마 전까지도 있었던 네잎클로버를 다른 이가 이미 발견하고 꺾어가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길을 걷다 문득 본 모퉁이 길가에서 네잎클로버를 우연히 발견한다면 무척 반갑고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 클로버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꺾어서 집으로 가져오지는 않으려 한다.

다른 누군가가 그 클로버를 발견하고 내가 느꼈던 자그마한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도 네잎클로버가 주는 행운의 기쁨을 충분히 누린 다음,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기를 바라면서.

김대경 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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