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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유성구정의 은인을 찾습니다

2019-06-18기사 편집 2019-06-18 08: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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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은1동 통장회의자료를 살펴보다 뭉클한 사연을 알게 됐다. '은인을 찾습니다'란 제목 아래 신세를 진 이웃을 찾아달라는 민원이었다.

내용에 따르면 올해 86세의 민원인은 몸이 아플 때 물질적, 정신적, 집안청소 등의 도움을 준 은인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은인의 이름은 성만 알고 70대 중반이며 약간의 과거 이외에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은인도 이전에 뇌졸중을 앓았다.

병마의 고초를 잘 알기에 이웃 어르신의 아픔을 모른 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어르신의 간호를 위해 집안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마음씨의 두 분이 재회하길 간절히 바란다. 구정에 전념하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가끔 구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를 클릭한다.

공무원의 선의와 마을버스 기사님의 배려운전에 감복한 주민이 올린 감사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내용을 살펴보면 칭찬의 주인공이 모종의 대가를 전제로 '선심성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는 본연의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1990년대 스위스의 작은 산간마을 볼펜쉬셴 주민이 보여준 선의는 감동적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졌지만 당시 원자력 의존도가 높았던 스위스는 핵폐기장을 물색하는데 애를 먹었다.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집 옆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걸 좋아할 리 만무다. 스위스 정부는 인구 2100명의 볼펜쉬셴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거명했다.

1993년 마을 주민들은 스위스 의회가 자신들의 마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고 의결할 경우 받아들일지 여부를 투표했다.

격론 끝에 투표 결과는 과반수인 51%의 유치찬성으로 결정났다. 일부 경제학자가 볼펜쉬셴 주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보상금을 지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선의를 돈으로 오염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핵폐기장 유치를 찬성하는 비율이 51%에서 25%로 뚝 떨어졌다.

월수입을 넘는 8700달러를 매년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주민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역사회가 핵폐기물 저장소로 가장 적지라면, 스위스 어딘가에 반드시 핵폐기장이 있어야 한다면 어떠한 보상금 없이 위험부담을 감당하겠다는 '선의' 즉 국가전체의 공공선(公共善)을 실천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사업주체가 선의의 허점을 파고들어 일방적으로 기피시설을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공공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필요하면 위험시설을 폐쇄할 수 있는 권리를 해당 지역사회에 부여해야 한다.

현금보다는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합리적인 보상책이 될 수 있다. 감사나 축하의 의미로 주고받는 선물도 '현찰'이 느는 추세다.

현금은 주는 이도 편하고 받는 이는 선택의 폭이 커져 일견 합리적이지만 여기에는 선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입되는 선의의 가치는 부족하다.

받는 사람은 '자식이 부모의 상황까지 배려해 이런 선물을 골랐구나'라는 생각에 행복바이러스를 덤으로 얻는다.

유성구도 '선심행정'이 아닌 '선의행정'으로 구민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보람행정의 요람이 되기 위해 많은 공무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구청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구민들께서 보내준 성원을 생각하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송구스럽다.

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칭찬합시다'에 감사의 글로 가득 찬 선의의 보람행정을 펼치는 길만이 후원에 보답하는 최선의 자세라고 거듭 다짐한다.

그리고 수준 높은 유성구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겠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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