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정 개인展, 최정훈 개인展

△최기정 개인전 `인간의 보편적 조건으로서의 트라우마`= 19일부터 25일까지 대전 갤러리이안

최기정 작가는 큼직한 캔버스 위에 깃털을 소재로 위에 삶과 예술의 관계를 풀어냈다. 트라우마가 실재하는 것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의지다. 떨어진 깃털로부터 시작된 상상은 여태까지의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 모두에 대한 심적 투사가 된다.

작가는 조류학자를 찾아가 조언을 얻을 만큼 여러 종의 깃털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했는데, 주요 이미지는 백공작의 깃털로 선택됐다. 백공작은 귀함의 상징이며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작품마다 어울리는 깃털을 고르며, 상상한 깃털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장지에 먹을 사용한 모노톤의 작품 속 공작의 깃털은 화려함은 빠지고 빛에 가까운 순수함만 남겨 두었다. 공작새의 깃털은 수려하지만 생존에는 쓸모 없는, 그러나 유전자를 남기기에는 우월한 유혹적 자태를 가진다. 공작의 깃털은 생존해야 하는 기간보다는 짧은 순간의 유혹에 필요한 허구적 속성이 강하다. 그러나 그 또한 후세에 유전자를 전달한다는 종(種)의 프로그램에 충실한 실재다. 허구와 실재에 걸치는 백공작의 깃털은 문화적 유전자를 남기는 작업인 예술과의 유사성을 생각하게 한다. 몸통 없는 깃털들은 죽음을 연상시키지만, 작품이나 예술에의 의지 속에는 그 죽음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깃털은 자유로운 기표가 돼 여러 상황 속에 얹힌다.

△최정훈 개인전 `진공&묘유`= 20일부터 26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

지난 10년 동안 `반격` `욕망` 시리즈로 채움에 집중했던 최정훈 작가가 이번에는 비움을 주제로 찾아온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인생의 수많은 상황들과 사건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채움과 비움의 이야기다. 비움 없이는 채울 수 없고, 채움 없이는 비울 수 없다는 우주의 진리와 자연의 이치를 작가는 삶과 진공묘유(眞空妙有)를 통해 배워간다. 인간은 각자의 소우주를 품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우주는 때로는 아픔이 되기고 하고, 사랑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낭만파 시인 빅토르 위고는 "삶의 고통에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의 인생도 같았다. 최정훈 작가는 오랜 시간, 내면의 우주를 비워내는 작업을 한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우주가 채워짐을 알았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고통은 채움인 동시에 그림의 동력이었으며, 비움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나게 해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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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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