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의 가계부채(가계부채DB 기준)는 지난해 말 현재 104.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2% 늘어나는 데 그쳐 2017년 4분기(12.1%)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는 전국평균(5.4%)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부동산시장 규제의 적용 여부,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여건 등에 영향을 받아 증가세 둔화 정도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2014년부터 2016년에 비해 크게 낮아지는 등 가팔랐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가계부채의 질적 측면인 차주별 분포 면에서도 고소득(상위 30%) 및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부채보유 비중이 각각 61.5%, 66.5%로 절반을 크게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이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동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지역경제의 건전성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잠재리스크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가계부채 관리대책 초기에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만기가 짧고 금리변동에 민감한 신용 및 비주택담보대출(토지·상가 등)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44조 5000억 원으로 전년(44조 8000억 원)에 비해 0.6% 감소한 반면, 신용 및 비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각각 8.9%, 8.5% 늘었다. 그 결과 이들 신용·비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2%로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비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대출이 적지 않은데 상가 매출 등이 둔화되는 가운데 상가공실률도 낮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위축된다면 영업이익률 저하와 함께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져 차주의 상환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소득이 낮은 취약차주 부채 문제도 상존한다. 지난해 말 대전·세종·충남지역 취약차주 부채는 7조원(전체 가계부채의 6.7%)으로 전년(6조 7000억 원)과 비교해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걸쳐 대출을 받고 있는 다중채무자 비중도 33.4%로 같은 기간 1.6%포인트 상승했다. 취약차주는 현금흐름의 제약이 커 대출금리 상승, 소득수준 악화 등의 채무상환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증대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대한 하방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외리스크에 민감한 우리 지역경제의 경우 안정적인 거시경제여건 마련을 위해서는 가계부채와 관련한 리스크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해 10월 대출 취급시 적용되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이 은행권에 도입된 데 이어 올 6월 비은행 금융기관으로까지 확대 적용됐다. 금융당국은 이의 안정적인 운용과 보완 필요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향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경우 소득수준 등 차주별 상환능력을 보다 엄격히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에 더불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차주의 자금애로를 감안하여 연체채무자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지원 등 정부가 추진중에 있는 서민금융지원 정책이 우리 지역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요청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던가. 무엇보다도 차주 스스로 부채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채무상환부담은 이자부담 보다는 만기도래 시점에서의 원금상환 부담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의 자금 포트폴리오 운용에 있어 시계(視界)를 두고 상환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오영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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