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에는 지리산과 설악산 같은 산악형 국립공원, 북한산과 무등산 같은 도시형 국립공원, 한려해상 같은 해상형 국립공원, 경주 같은 사적형 국립공원이 있다. 계룡산은 지리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1968년 지정되었다. 계룡산 국립공원에는 동학사 지구, 갑사 지구, 신원사 지구, 수통골 지구가 있다. 그런데 최근 수통골은 도시형 국립공원으로써 역할과 기능이 커지고 있다.

수통골은 빈계산, 금수봉, 백운봉, 도덕봉 일대를 말하며 총 9.5 km 정도의 등산로로 이루어져 있다. 빈계산(牝鷄山)의 빈계는 암탉을 의미한다. 수통골은 오랫동안 유성구 관할의 근린시설이었지만 2004년, 2006년 두 번에 걸쳐 계룡산 국립공원으로 편입되면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를 설치하고 목재데크 시설을 추가하면서 대전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2013년 이후로 수통골에는 연 100만 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수통골은 도시형 국립공원으로서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접근성이다. 수통골은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다. 계룡산 동학사 지구, 갑사 지구, 신원사 지구는 대전에서 조금 멀다. 대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있겠지만 수통골은 유성에서 4km 정도 거리에 있다. 대전 시민들은 불과 10분 내지 30분 이내에 국립공원에 갈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둘째 편리성으로, 수통골에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는 사찰이 있어서 입장료과 주차료가 있다. 물론 어느 코스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동학사도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수통골은 모든 코스가 무료다.

셋째 체험학습장으로 수통골에는 국립공원 최초로 20억 원을 투자해서 설립한 수통골 네이처 센터가 있다. 네이처 센터는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해서 체계적인 체험학습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미래 세대들에게 탐방서비스를 선진화하고 국립공원의 생태적, 환경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체험학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네이처 센터에는 미니도서관도 있고 편백나무 샤워룸도 있다.

넷째 다양한 등산코스로, 길게는 9.5 km를 걷는 3-4시간 정도의 등산로가 있고 1시간이면 대체로 왕복이 가능한 빈계산 코스도 있다. 수통골에 올라가면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천황봉, 관음봉, 삼불봉, 치개봉 같은 계룡산의 아름다운 능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걷기에 편하도록 목재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가족들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고 여름에는 계곡이 있어서 힐링하기에 좋다.

다섯째, 휴식공간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식당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수통골 입구와 출구에는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문을 열어 가족들의 외식장소와 모임의 회식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식당과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주말과 휴일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전광역시는 도안IC를 신설하고, 도안IC에서 도안신도시를 지나 동서대로를 계룡산 수통골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수통골은 점점 대전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아질 것 같다.

수통골은 도시형 국립공원으로서 대전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역할과 기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수통골에는 입장이 다른 두 기관이 관여하고 있다. 수통골 지구 산은 국립공원 담당이고 인근 상업지구는 유성구청 관할이다. 국립공원은 수통골의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임무이고 소임이다. 그러나 유성구청은 시민과 구민들이 수통골을 편리하게 찾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역할이므로 경제와 재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수통골 지역을 개발한다. 우리는 환경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수통골이 도시형 국립공원으로 정착되고 발전하려면 두 기관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들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영기 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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