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공원 일부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무산된 모양이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개발을 요구하는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섰으나 결국은 시민 단체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4일 열린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는 45일 전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 열린 이날 심의에서 이 특례 사업을 부결시켰다.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아파트 높이가 여전히 최고 196m에 달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생태자연 보존대책 등이 미흡한 걸로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한건 반대 논리가 상당 부분 작용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 소속 위원의 배제 요구가 있었던 만큼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부결 결정을 내리기까진 2차 투표까지 가는 진통이 있었다고 하니 회의장 분위기를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해 말 공론화위원회가 5개월 동안의 숙의 과정을 거쳐 도출해 낸 것과 다를 바 없는 결론이 난 데에 대해 시의 무책임성을 질타하는 지적이 있다. 당시 공론화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생긴 행정력 낭비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각종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토지주들이 54년간 사용한 토지의 보상과 공원을 매수하는 토지보상계획을 요구하고 나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시에서 공원 전체를 사들이거나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장하고 나선 점은 시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공원을 개발하지 않은 대신 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매입에 나설 거라면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토지주들의 입장을 십분 반영해야 한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월평공원을 더 잘 보전할 수 있는 후속조치 마련은 더할 나위 없다. 심의를 앞두고 있는 다른 도시공원 개발사업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일 년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 일몰제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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