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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재밌는 문화재] 운보의 집

2019-06-14기사 편집 2019-06-14 07: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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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고장에는 바보산수로 유명한 故운보 김기창 화백의 운보의 집이 전통공간의 배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이 곳은 전통한옥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미스터션샤인, 내부자들, 제빵왕 김탁구 등 흥행을 거둔 작품의 무대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간 운보의 집에 관해서는 근대기 동양화가 운보의 명성, 아내 우향과의 사랑과 예술이 세간의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운보의 집 조영과정을 자세히 아는 이는 드물다. 운보의 집은 당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우리나라 문화재와 예술계 최고의 거장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故혜곡 최순우 선생과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지낸 와본 김동현 선생, 그리고 집주인 故운보 김기창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혜곡 선생은 일제강점기 고고학과 미술사 용어를 우리식으로 바꾸고 평생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와본 선생은 국내 최초로 건축사 강좌를 개설한 학자이자 공무원으로 전통건축과 문화재 분야의 거장이다. 이들과 함께 운보의 요구가 반영되어 화가의 정원이 탄생한 것이다.

운보는 어머니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운보의 집을 지었다. 이는 부지선정 당시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모친의 묘소가 잘 보이는 지금의 향과 위치를 고집한 것에서 나타난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김기창의 부탁으로 와본 김동현 선생을 설계자로 추천하고 전체계획에 관여했다. 와본 김동현 선생은 주택설계 및 공간설계와 연못 등 주요시설 설계를 담당했고 운보 김기창은 부지선정, 주요 정원식물 식재와 전통조경시설의 설치에 직접 관여했다고 한다. 그의 바보산수에서 나타난 회화적 요소들이 정원요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와본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집의 건축은 창덕궁 연경당을 고려하고 전통건축의 기본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전통상류주택의 기본배치를 따라 연못과 정자를 두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운보의 처지를 배려하여 물을 이용한 역동성을 부여했다. 노산 이은상 선생과 화가 이석호 선생은 운보의 집 현판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운보의 집은 한국전통공간 계승의 전형적 사례로 남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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