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충북에 바다 만들겠다는 역발상 눈

이시종 충북지사는 신조어를 만들어 도정 운영에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도백(道伯)으로 유명하다. 이 지사가 만든 대표적인 신조어는 `영충호`, `강호축` 등이 있다.

`영충호`란 말은 이 지사가 2013년 8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처음 사용했다. 1925년 인구 통계가 시작된 이후 88년 만인 2013년 5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수를 추월하자 이 지사가 `영호남`이 아니라 `영충호(영남, 충청, 호남)`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당시 언론도 영충호란 말이 생소했지만 그해 한 포털 사이트의 어학사전에 등재되면서 신조어로 공식 인정받았다.

이 지사는 이듬해인 2014년에는 `강호축` 이라는 생소한 말을 또 한 번 꺼내들었다. `강호축`이란 지금까지 서울, 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축이 대한민국 국가 발전의 핵심 동맥으로 기능했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강원, 충청, 호남을 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축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 지사가 강호축을 주장한 지 5년 만에 포털 사이트 백과사전에 등재됐다.

특히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경제투어로 충북을 방문, 지역경제인들과 가진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기존에는 경부축이 중심이 돼 개발 또한 그 축을 따라 진행됐지만, 이제는 경부(서울-부산)축과 강호(강원-충청-호남)축이 동반 발전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호축`을 언급 했다. 신조어를 만들어 정책적으로 활용한 이 지사의 발전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신조어를 도정 발전에 정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지사가 이번에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역발상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접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사의 전략이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다가 없는 충북도에 바다를 만들겠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 때문이다.

`바다가 없는 충북도에 바다를 만들겠다`는 이 지사의 표현은 `바다 만들기` 사업으로 불리는 미래해양과학관을 충북 청주에 유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해양시설을 유치해 충북 사람들도 해양 관련 시설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인 대한민국이 진정한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양 관련 시설은 바다가 있는 지역만 향유하는 전유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역설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내륙지역인 청주에 해양관련 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것이 뜬금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2011년 해양수산부의 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내륙권에도 해양교육을 위한 과학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2017-2018년도 해양수산발전시행계획에도 충북 미래해양과학관이 반영돼 있다.

미래해양과학관의 충북 건립의 당위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주는 1시간 내 이용권역 인구 1200만 명을 확보하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천안-청주공항 고속화전철 등이 건설되면 잠재적 이용권역 인구는 1800만 명을 웃돌게 된다.

여기에 충북에 바다를 달라는 도민들의 뜨거운 열망도 미래해양과학관의 충북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치위원회를 구성, 1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충북도민들은 바다가 없는 유일한 도내 청소년에게 미래 해양과학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북에 바다를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북이 미래해양과학관 건립을 위한 자격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얘기다. 남은 것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다. 미래해양과학관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야 충북에 바다를 옮겨 놓을 수 있다. 국민 설문조사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위해선 도민과 지역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특히 도민들은 신조어로 도정 운영에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이시종 매직`이 미래해양과학관 유치를 위한 예타에서도 통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민들의 열망과 이 지사의 매직이 통한다면 머지않아 내륙인 충북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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