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지난해 일선 지자체의 반발로 무산됐던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다시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도의회가 시군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하자 당장 공무원노조가 반발하고 나서는가 하면 일선 시군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되는 듯하다. 도의회는 그저께 정례회를 열고 시군 감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자체에 내려 보낸 경상보조금의 쓰임새를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도 전체 예산의 98%(1조 1344억 원)가 보조되고 있지만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투명하고 효율적인 집행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감시하는 의회 고유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광역의회가 위임사무에 대해 직접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도의회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시군 행감을 시도한 바 있다. 천안, 보령, 서산, 부여 등 4개 시군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지만 이들 지자체가 거부하면서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감사위원과 공무원 간 몸싸움까지 벌어져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감사를 거부한 시군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노조와 기초의회엔 법적 대응하는 등 도의회와 시군이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될 것이란 점에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의회의 시군 감사의 근거가 되는 조례와 지방자치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이런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은 건 위법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법에 나와 있는 걸 거부해서는 안 된다. 감사를 둘러싼 시군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선 600여 건의 위임사무를 없애거나 이를 재편성하는 일 이라곤 하나 모두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가 주장한 것처럼 중복감사와 행정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관련법 개정이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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