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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대전문화의 자산을 만들기 위해 '청&춘향'에 거는 기대

2019-06-13기사 편집 2019-06-13 08: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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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심청전과 춘향전을 원본으로 한 악극 '청&춘향'을 공연한다. 대전의 문화적 바탕 속에서는 한층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이 전통음악인데, 정말로 이 공연이 성황을 이루기 바란다. 척박한 풍토 속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어떤 간절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간절함이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음악의 한 형식을 만들어내는 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대전방문의 해를 맞는 대전으로서는 더없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전통' 하면 고루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전통 음악이 마음에 와 닿을 리가 없다. 민요, 판소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와 나라의 소리이고, 궁중음악은 예의범절만 강조하는 사람들의 케케묵은 형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전통음악가들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대응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할 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듯이 음악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아쉬운 태도가 있다.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지도 않고, 전통음악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도 않는 태도가 그것이다. 음악은 들어봐야 감각이 생기는데, 들으려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전통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문학사에서 민요시를 발견한 것은 좀 특이하다. 원래 조선 민중들의 노래였던 육자배기 같은 것을 민요시로 변환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앞에 선 시인들이 프랑스 상징주의에 영향을 받은 주요한, 김억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서구적인 시를 쓰다 1920년대 초반 어느날 문득 서구 근대시의 출발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찾아보니 서양의 근대시는 그들 각 나라의 민요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주요한 등이 그 후 민요시를 쓰게 되는 것이다. 옆엣 말이지만, 우리의 민요는 1930년대에 일제의 정책에 의해 신민요로 바뀌게 된다. 당시에도 전통이냐 새로움이냐 여러 논쟁이 있었다. 그때 양주동이 신민요 정책에 호응하여 우리가 잘 아는 '어머님은혜'같은 노랫말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만하다.

어쨌든 민요시는 우리 문학이 새로움과 전통을 결합시키려 했던 소중한 노력의 한 모습이다. 물론 여기에도 비판의 소지는 있다. '서구인들이 그들의 민요를 참조했다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했나'와 같은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한계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문학적 선배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과 결과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 고민의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문화예술작품들일 테니까.

요컨대 과거의 것을 온전하게 지키는 일만으로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과거의 것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과거의 것만이 또아리를 튼 채 새로 자라는 젊은 기운이나 사람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것 만큼이나 그 유산이 시민들과 만나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일이 필요하다. 전통음악을 지키는 일은 전통음악을 창조하는 일과 같아야 한다. '청&춘향'이 내심 기대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작곡과 지휘, 각색과 연출을 맡은 분들 모두 이미 해외에서 우리 음악으로 상당한 명성을 가진 경력자들인데, 물론 이 명성이 모든 것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음악극에 서양음악가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점이다. 이 결합이 어찌 될까? 이 호기심은 비단 이 악극 하나에만 한정될 일은 아니다. 이 호기심은 상상의 날개를 펼쳐 대전시의 문화 현상이 전개해보일 미래상으로까지 날아간다. 대전시는 대전시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새로움에 어떤 비중을 두면서 투자를 하고 있는가. 이미 있는 것을 복지부동으로 편히 써먹기만 하는 자세로는 진정한 대전의 문화를 만들 수 없다. 지금 있는 것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과 배려가 없이는 새로운 시대의 대전문화가 나오기는 어렵다. 과학이 있다고? 그런 생각이야말로 이미 있는 것을 써먹는 수동적 자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을 넘어서야 하고 전통음악에서 전통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근대적 흐름의 도시 대전을 고유의 정체성으로 사람을 불러모으는 방법이다. 예산이 없다고? 그런 새로움만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대전 문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새로움이 없으면,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박수연 문학평론가, 충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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