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반도 평화비전으로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 제시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규정했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유럽 3국을 순방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한반도 평화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 온 노르웨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배운다"며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와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노르웨이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이 분류한 직접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와 구조적 갈등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를 언급하며 적극적 평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냥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선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다. 그로 인해 경제는 선진국이 됐지만, 정치 문화는 경제 발전을 따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달라져야 한다.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며, 보이지 않는 바다위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접경지역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동·서독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전염병 등 발생시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히 공동대처했던 것을 선례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에 대해선 "평화의 소중함을 자각한 노르웨이 국민들은 다른 나라의 평화에도 관심을 가졌다"며 1993년 `오슬로 협정`체결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을 중재한 것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역사적 평화협정은 노르웨이 평범한 외교관 부부의 상상력과 용기에서 시작됐다"며 "이 부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고위직을 한 자리에 모아 수차례 비밀협상을 진행해 양측은 상대를 미움과 중오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전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됐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잡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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