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충청 명품·특산품 대축천
대전일보 로고

[이익훈 칼럼] '새우 등' 터지는 한국

2019-06-13기사 편집 2019-06-12 18:10:49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내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강자들 싸움에 약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새우 등'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자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며 압박을 해오고 있다. 우회적으로 해오던 요구도 점차 집요하고 구체화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쉽게 결론이 나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에 차이고 중국에 들이 받치는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무역전쟁과 관련 미 상무부는 이미 한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바가 있다. 지난 5일엔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국내 IT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5G 보안측면에서 화웨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미중이 돌아가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줄서기'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업체이자 국내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판로가 막히고, 모른 체하면 한미동맹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과 대만 등은 이미 화웨이 제재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의 압박 속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더구나 최근 우리 경제 여건은 갈수록 안 좋은 상황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경기 하강국면이 더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낙관만 해오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부정적 경제전망을 밝힌 것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의 무역전쟁 압박이 보복조치로 구체화 될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 입은 전례가 있다. 중국의 단체관광객이 발길을 끊었고 한류도 차단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롯데마트는 중국내 거의 모든 매장이 영업정지를 당한 뒤 지난해 완전히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나 다름없다.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에 적극 나서야하는 게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군사안보 통신망과 분리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평만 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의식해서겠지만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일본의 대응 방법은 다르다. 미국과는 동맹을 강조하며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다지고 있다. 중국과는 민감한 문제는 접고 '신 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약속하는 등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두 나라의 심기를 맞추며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이다.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할 것이다.

미중의 무역전쟁은 경제 패권을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면전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보니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후폭풍은 지구촌 전체를 뒤흔들고도 남을 만큼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압박 받는 기업들을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국익과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부와 기업의 대응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 듯 한다고 압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익훈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