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소사이어티] 송태용 고명한의원 원장 인터뷰

아너소사이어티 송태용 고명한의원 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아너소사이어티 송태용 고명한의원 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오늘 제가 있기까지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입니다. 기부는 받은걸 돌려주는 단순한 일입니다."

대전 동구에서 고명한의원을 운영하는 송태용 원장의 기부에 대한 생각이다.

기부 활동이 알려지는 게 쑥스럽다고 한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대전지역 11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힘주어 말한다.

"비싼 수영복을 입는다고 수영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좋은 강사를 만나 수영 실력이 느는 것처럼 물질적 풍요로움 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라는 송 원장은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후에도 나눔의 손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는 노숙자와 저소득계층을 위해 한 끼에 1000원을 받고 식사를 제공하는 `기운차림` 식당에 쌀과 부식 등을 후원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과 생활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고 있다.

기부를 통한 보람을 묻는 질문에 재치 있는 예를 들었다. 그는 "교도소는 여름보다 겨울이 길다고 한다. 여름엔 더워서 사람이 옆에 있는 게 싫지만, 겨울엔 옹기종기 모여서 체온을 나눈다. 나눔과 봉사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사람의 정을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인들로부터 `남는 돈으로 외제차 타고 좋은 음식 많이 먹고 다니라`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10여 년 전 동구 중동에 한의원을 연 그는 전문화된 진료로 입소문이 퍼졌다.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환자들을 맞이하는 그에게도 유년 시절은 가난하고 고단했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그는 6살 때 당시 대전 빈민가였던 성남동으로 이사를 왔다. 평화극장 인근 단칸방에서는 그를 포함한 5남매와 부모님이 함께 살았다.

배고팠던 유년시절이지만 그는 이때 기억을 나눔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나눔에 인색하지 않던 그의 어머니 때문이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동네 부랑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들이 가져온 바가지에 항상 먹을 것을 담아주셨습니다."

그는 "부모님은 멋진 글귀나 말로 하는 교육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나눔을 보여주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난했던 평화극장 인근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이제는 그 시절 그처럼 어린 아들 4명이 생겼다.

행동으로 나눔의 의미를 알려준 어머니처럼 그는 자식들에게 베푸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용돈 1만 원을 줄 때 5000원 권을 2장으로 나눠 준다. 5000원은 너(아들)에게 쓰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나누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나눔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그만의 교육방식이다. 그는 나눔에 대해 거창한 표현이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겨울 교도소 재소자들이 한데 모여 온기를 나누는 것처럼 소소한 훈훈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송 원장은 `기부문화 활성화`에 대한 지론을 말한 땐 강한 어조를 펼쳐보였다.

그는 "예전에 한의원을 찾는 기부단체 관계자들이 많았는데, 일부는 소속도 없을뿐더러 기부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는 기부금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게 아너소사이어티"라며 "기부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거나 모금 단체의 배를 불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처럼 기부액 1억 원은 즉시 집행되지 않는다. 기탁자가 원하는 곳에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기탁자의 요청에 따라 어려운 이웃의 생활비로 쓰이거나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동네의 정주여건 개선에 활용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고액 기부가 아니더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손을 내밀어도 좋다는 얘기다.

송 원장은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무형의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의료인으로서 장애 아동을 돕는 것이다.

송 원장은 "지역에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기존 종합병원은 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힘든 투병 과정에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원장은 "앞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관을 만들고 싶다. 제가 주인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병원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망의 직업을 가진 의료인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외면하는 것보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는 게 쑥스럽다고 말하는 송 원장의 모습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나눔의 기쁨이 상상외로 크다`고 말하는 그의 십시일반이 새롭게 다가온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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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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