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류달상 지음·이문출판사·284쪽·1만 5000원

류달상 작가 `단상`
류달상 작가 `단상`
그가 하는 말이 어떤 말이건 거의 다 신뢰할만한 사람이 `한국 소설이 여기까지 왔다`는 헌사를 열납한 작품. 이 단락의 나머지 문장들에 `이다`라는 종결형 조사를 붙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작품. 서서 읽다가, 화장실까지 가져가서 읽다가, 읽다가 중간에 이 소설을 읽고 꼭 글을 쓰리라고 다짐하게 한 작품.-구효서의 풍경소리를 읽고-

대전 출신의 류달상(57) 작가가 산문집 `단상`을 냈다.

산문집 단상은 한자로 `短像`이라고 쓴다. 보통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들`을 `斷想`이라고 쓰는 것을 떠올리면 의아하기도 하다.

그러나 `글은 써야 쓰고 쓰면 쓴다`는 저자의 평소 지론을 생각할 때, 단지 생각(想)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 자신만의 형태(像)를 이루기를 지향하는 저자의 의도를 읽어볼 수 있다. 게다가 생각(想)을 끊어내는(斷) 부정 정신보다 들뢰즈와 니체의 긍정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글쓰기와도 같은 맥락에 있다.

`단상`은 글쓰기에 대한 단호한 상징이다. 소설과 시, 수필을 비롯한 문학 읽기와 쓰기를 평생 사랑한 저자는 이제 우리에게 문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작가의 글쓰기 철학과 관점, 구효서부터 발터 벤야민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책을 살필 수 있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의 맛깔나는 글을 읽는다는 것이다.

서평인 듯 서평 아닌, 단상인 듯 단상 아닌 이 글은 저자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평소 글쓰기의 본령이 무목적성임을 김현 선생과 박상륭, 이인성의 글로 가르쳐주었다.

그는 글의 자유로움, 이성과 감성의 조화,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글의 핍진성, 겸손한 글쓰기 등 그가 강의를 통해 가르쳐 온 생각들을 담담하고도 단호하게 시연한다.

작가는 "글쓰기 의 비밀이란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그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 지 않은 비밀"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글쓰기의 본보기를 통해 글쓰기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진정성, 자기 성찰과 소통의 힘을 저절로 알아채게 될 뿐이다.

그의 글을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으며 글이 전해주는 삶의 철학을 음미하고, 사물에 대한 따스한 눈길에 미소 짓는다. 그의 글을 읽으면 행복해진다. 읽는 맛이 난다. 그의 글에는 산행의 고비에서 입에 넣는 초콜릿 같은 달콤함이 있다.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고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 마르셀처럼 우리는 이 책의 매 페이지에서 달콤한 상상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충남대 국어국문학과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충남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한 류 작가는 현재 대전시민대학 등에서 `대전 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국악방송(FM 90.5 MHz)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금강길 굽이굽이`를 진행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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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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