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제단에 관계자가 무궁화대훈장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제단에 관계자가 무궁화대훈장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이희호 여사 사회장 장례위원회` 김성재 집행위원장은 11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6층 교수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희호 여사님께서 10일 오후 11시 37분 소천하셨다"며 "유족들이 임종을 지키며 기도 드리면서 찬송을 부를 때 함께 찬송 부르시며 편히 소천하셨다"고 전했다. 향년 97세.

1921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6·25 전쟁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한 이 여사는 귀국 후 대한YWCA 총무 등을 거치면서 초창기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1962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부부의 연을 맺은 이 여사는 이 여사는 DJ의 인생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반자로 현대사의 격변을 헤치며 고락을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수 끝에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는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내조에 진력하면서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하는 등 아동과 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평소 여권신장 및 여성의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이 여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가 설치되는데 기여했으며 여성의 정치적 진출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 2009년 김 전 대통령 별세 이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지내며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남북관계와 평화 증진, 빈곤 퇴치 등을 위해 힘써왔다.

이 여사는 인권과 여성문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교회여성연합회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희호 여사의 장례는 유족들 요청에 따라 사회장으로 진행된다. 장례위 공동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이 맡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자유한국당·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는 고문으로 참여한다. 집행위원장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맡았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 6시30분이며 이 여사가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예배 후 동교동 자택을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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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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