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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대전 공공건축 및 공간환경에 디자인의 품격을 높인다

2019-06-11기사 편집 2019-06-11 08: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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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속담에 '그대가 어떤 곳에서 거주하는지를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집이 그 사람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 운명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는 의미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지만 어떤 사람이 설계하고 완성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거에는 나라나 지역마다 주변 환경에 맞는 개성 있는 건축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건축양식, 즉 자동차가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듯이 건축도 표준양식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아파트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6명이 사는 보편적인 주거 형태다. 자신이 살 아파트를 선택하는데 모델하우스에서 인테리어와 평면도만 보고 결정한다. 그래서 건축은 없고 인테리어만 있을 뿐이고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 즉 재산증식 수단으로 변질 된지 오래다.

흔히 건축이라고 하면 벽돌을 쌓아 올리고 도로를 깔고 창문을 만드는 일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본래의 건축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는 공공성이다. 개인의 건축이라도 이웃과 주변 환경이 그 건축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완성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태어나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생명체와 같다. 도시라는 숲이 아름다워지려면 건물이라는 나무 하나 하나가 보기 좋아야 한다. 도시에 건물을 지을 때 공공디자인 개념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00년대부터 도입된 공공디자인 개념이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아름답게 변모시켰고, 관광객 세계 1위 국가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공공건축가 제도는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는 보편화 된 제도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과 테제베 역사 설계시 공공건축가들이 참여하여 설계의 기획에서부터 준공까지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와 영주시 등이 도입해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동안 공공건축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첫째, 구상·기획단계에서 전문성이 낮은 행정주도로 추진하다 보니 사업구상과 계획의 불합리성 등으로 설계변경이 잦아 당초보다 추가비용이 소요됨으로써 예산부족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둘째, 설계단계에서는 제한적인 용역발주로 역량 있는 설계자의 참여가 부족했고 셋째, 시공단계에서는 행정의 과도한 참여와 시공과정에서 설계자의 참여가 배제됨으로써 본래 설계의도가 상실된다는 점이다.

공공건축가 제도가 정착되면 주민에게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의 건축물을 설계함으로써 훌륭한 공공건축물이 많아지고 그러면 동네 환경이 바뀌면서 시민의 삶도 보다 풍요로워 질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공공건축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 중심의 도시공간 창출을 위해 사업 구상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총괄 및 공공건축가'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역량 있는 민간 전문가가 공공건축과 도시재생 등 주요 사업 전반에 걸쳐 총괄적으로 조정하고 자문도 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도시와 건축의 공공적 질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인색했다. 건축사들은 사적 영역에 방치되어 있었으며 건축주들은 공공의 공간에는 관심 밖이었다.

미국 시인 왈도 에머슨은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사람의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의 기억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재해석 한다고 한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대전이라는 근대도시를 어떻게 기억할까?

이제 더 이상 공급자 위주의 도시설계나 건축을 지양하고 삶이 있는 도시문화, 사람 냄새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세대와 후손들을 이어주는 실핏줄이 될 것이다. 그 역할을 '대전시 총괄 및 공공건축가'분들이 훌륭히 수행해 내리라 믿는다.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정무호 대전시 도시재생주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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