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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대학 등록금 규제가 만든 현재 대학의 모습

2019-06-11기사 편집 2019-06-11 08: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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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 등록금은 동결되어 있다. 거의 10년 동안 계속되는 규제이다. 대학에서 등록금을 올리면 대학 평가 점수가 낮아진다. 대학 평가 점수는 대학의 구조 조정, 대학의 정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등록금을 올리면 대학의 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구조개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대학 등록금 규제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규제이다. 해마다 오르는 대학 등록금을 오르지 못하게 하여 대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의 수입은 그대로이다. 수입이 그대로일 때 지출도 그대로이면 사실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지출은 계속 증가한다. 물가는 오르고, 인건비도 오른다. 1-2년 동안의 물가, 인건비 상승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10년 동안 누적되면 상당한 규모가 된다. 대학은 수입은 그대로이지만 지출은 크게 늘었다. 낭비를 해서 지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일만 하는데 물가 등이 올라서 지출이 늘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대학이 적자 상태이다. 한동안은 자금 여유가 있는 대학, 재정이 튼튼한 대학은 적자가 아닌 상태로 운영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양호한 대학들도 적자로 돌아선다. 수입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지출만 계속 늘어나는 상태가 10년간 이어지니, 이제는 어떤 대학도 버티기 힘들어졌다.

대학은 좀 힘들어하더라도 학생들이 이전과 똑같이 배울 수 있으면 상관없지 않을까?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교직원들에게는 문제 되지만, 학생들은 별 상관없는 일 아닐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어떤 조직도 적자가 계속되면 생존할 수 없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돈을 벌어와야 한다. 등록금을 올릴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을 통해 돈을 구해와야 한다. 대학은 외부 사업을 따와야 한다. 외부 사업을 따와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대학 재정에 충당해야 한다. 외부 사업을 얼마나 따오느냐. 이것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교수들이 등록금 동결 이전이나 이후에 계속해서 교육에 전념한다면 등록금 동결이 학생들에게 절대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외부 사업과 관계없이 학생들에 대한 강의, 교육에만 신경 써도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외부 사업을 얼마나 따오느냐가 학교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다. 외부 사업을 따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외부 사업을 따오면 그 사업을 문제 없이 시행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에 또 사업을 딸 수 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외부 사업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린다. 요즘 대학에서 교수들의 주요 회의 주제는 교육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사업과 관련된 것 들이다. 강의, 교육을 하면서 잠깐 잠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다가 잠깐 잠깐 강의, 교육을 한다.

이렇게 사업에 신경을 쓰는 것이 대학이 돈을 밝히기 때문은 아니다. 일반적인 교수들은 그냥 먹고 살만만 하면 되지 돈을 더 벌겠다고 힘들게 노력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많은 대학들도 유지만 되면 되는 것이고 수익을 올리려고 힘쓰려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그 유지 자체가 힘들다. 대학이 사업에 힘쓰는 것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유지를 위해서이다. 등록금이 동결되고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주 힘들게 노력을 해야 간신히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경쟁력이 있는 대학은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해나가고, 경쟁력이 부족한 대학은 현상 유지도 못하고 있다. 미래에 더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한 투자? 현상 유지도 제대로 안되는데, 미래의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사치이다.

등록금 동결과 관련해서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큰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상 유지만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외부 사업에 온 힘을 들이지 않고, 학생 교육에만 관심을 가져도 유지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 정도는 대학이 욕심 부리는 것이 아니지 않나.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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