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가 현충일 날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당원들과 술 파티를 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 추념식이 전국적으로 거행된 경건한 날이다. 양 지사도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 보훈공원을 찾아 헌화 분향하는 등 추념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충남 미래전략 수립 토론회를 진행하고 이후 태안으로 넘어 가 저녁 식사를 한 모양이다. 이 자리에는 가세로 태안군수와 민주당 천안지역 청년위원 등 20여 명이 함께하며 폭탄주를 돌렸다고 한다.

누구든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잔 걸치는 걸 나무랄 순 없다. 다만 이날이 호국 영령을 애도하는 날이란 점에서 때를 가리지 못한 점이 뭇매를 맞은 듯하다. 끼리끼리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외쳤다고 하니 국가 추념일을 너무 경솔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야당이 그의 처신을 맹비난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정권 수립에 일등공신인 김원봉을 치켜세우자 야당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터에 민주당 인사들의 술판은 최고의 성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은 민주당 지도부가 2년 전에도 을지연습이 한창일 때 청와대 수석들과 술판을 벌여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훈련이 끝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적반하장 격 항변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양 지사는 어제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야당의 말처럼 도민 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도백이 자파끼리 회합하는 모습이 볼썽사납고 미심쩍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 3일 취임 2주년 기념 만찬 기자간담회를 가지려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를 접하고 전격 취소한 점은 본받을 만하다. 국민적 추모의 날이면 가급적 음주가무를 피하는 게 도리다. 양 지사의 적절치 못한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름지기 기관장은 매사에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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