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고용지표가 그렇거니와 여기저기서 경기부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우리 경제가 석 달 연속 `경기부진`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경제동향 6월호`에서 지난 4-5월에 이어 6월 들어서도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둔화, 수출과 투자 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최근 생산이 소폭 늘어난 것은 조업일수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경기둔화` 진단을 내린 이후 3개월째 `경기부진` 평가를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실물경기는 KDI의 분석보다 훨씬 안 좋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악화되고 있는 고용지표에서도 경기부진을 여실히 알 수가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실업자들을 위한 구직급여 지급 총액이 7587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신기록 행진을 보이고 있다. 고용보험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기업의 고용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표가 영향을 미쳤는지 몰라도 그동안 경제낙관론만 고수해온 청와대도 경기부진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일 `경기하방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추경예산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늦게나마 청와대가 경기부진을 직시하고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했으면 그에 맞는 대책이나 정책변화가 필요한 법이다. 대외여건 운운한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나지도 않는다.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정치공세로 비춰질 뿐이다. 경기부진 원인에 따른 정책 수정과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남 탓 한다고 정책 당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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