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중심 탈피 나만의 경쟁력 확보

최근 이공계에 대해 다른 두 관점을 가진 언론 기사를 접했다. 하나는 이공계 박사가 돼도 40%가 백수이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안정적 삶을 찾아 의대로 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과정중인 학생이 TEPS 준비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의 미달 사태도 언급했다. 의대로의 쏠림현상과 우수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하며 도전하지 않는 청년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다른 맥락의 기사도 있다. 이 기사에서는 졸업할 때쯤 국내외 대기업들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이공계 박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초봉으로 억대의 연봉이 언급되기도 하고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사례도 소개한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기사다. 서로 상반된 기사를 보면서 어느 기사가 옳다거나 현실을 더 잘 반영했는지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두 번째 기사와 같은 결과는 인기 있는 학과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이 또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두 기사 속에 숨어있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제대로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필자가 파악한 핵심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다. 매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한 인재는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스카우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기사가 이러한 인재의 모습을 다뤘다. 이들은 국내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이러한 경쟁력이 없는 학생들은 어떨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좋은 기업이나 연구소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학벌과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첫 번째 기사가 이러한 현실을 다뤘다. 이들은 어렵게 취직하더라도 환대를 받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죽어라 일하거나 인맥, 줄서기를 의지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또다시 학벌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두 기사 모두 현실이다. 다만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갈 뿐이다. 두 번째 기사에서 언급한 인재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결국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역량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 두 번째 기사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사교육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 명문대 입학만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사회 분위기다.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에 맞춰 입시위주의 주입식교육에 몰두하는 교육계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여건 속에서도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학생의 입장이라면 우선적으로 부모님의 경험과 안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벌에 목매는 부모들은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해 차별을 받은 한을 자식을 통해 풀려고 한다. 사회가 변하지 않는 시대라면 부모님의 경험이 매우 소중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부모님의 경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산업사회에서 농업사회의 부모 경험에 의지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명문대가 아닌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핵심 역량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력하지 않고 고소득을 보장해주는 직업은 없다. 어쩌면 미래사회는 현재보다 더 노력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왕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자. 노력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다른 경쟁력을 갖게 되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직장에서의 삶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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