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신세가 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서로 자국의 입장이나 정책에 보조를 맞춰달라는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는 탓이다.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5일 국내 IT기업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5G 보안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에둘러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한국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 하는 것인데 간단치가 않다. 결과에 따라 사드 사태 재현이나 한미동맹 훼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보복관세 등 각종 장벽들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년도 글로벌 총생산이 530조 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 군사 등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무역전쟁은 쉽사리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무역전쟁을 둘러싼 두 나라의 압박을 대수로이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수출입국과의 관계가 다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더구나 무역 비중이 큰 미중과 갈등을 빚는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자칫 하다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동네북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미중의 압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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