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충청 명품·특산품 대축천
대전일보 로고

[신성식의 와인감상] 북부 론 와인

2019-06-06기사 편집 2019-06-06 09:21:46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

프랑스 원산지명칭(AOC) 와인 생산량 2위인 론(Rhône) 와인 지역은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나뉘는데, 론 강 주변의 급경사에 좁게 위치한 북부 론의 와인 생산량은 론 전체의 1/10도 되지 않습니다. 리용(Lyon) 아래 고대도시 비엔느(Vienne)로부터 론강을 따라 발랑스(Valence)까지 약 60km에 달하는 북부 론의 핵심 지역은 마치 부르곤뉴의 황금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꼬뜨 도르(Cote d'Or)와 유사합니다. 특정의 한 마을에만 포도원을 보유한 보르도 샤또와는 달리 북부 론 와이너리는 부르곤뉴처럼 여러 마을 곳곳에 포도밭을 소유하여 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합니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지에 포도원을 일구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와는 달리 북부 론 와이너리는 론 강 계곡에 형성된 가파른 화강암토 경사지에 계단식 포도밭을 만들어 쉬라 단일 품종으로 멋진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화강암 토양은 보르도 메독의 자갈 토양보다도 더 효율적인 축열식 난방기 역할을 합니다. 전반적으로 북부 론 주요 8개 AOC 마을의 비탈면이 동남향 방향이나, 강의 굴곡에 따라 정남향에 가깝게 위치하여 햇볕을 듬뿍 받는 에르미따쥬(Hermitage)와 꼬뜨 로띠(Cote Rotie)가 북부론을 대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북부 론 남쪽에 위치한 에르미따쥬의 명칭은 13세기 초에 십자군 원정에서 부상당한 기사 가스파르 드 스테랭베르그(Gaspard de Sterimberg)가 이 마을 언덕 위에 작은 성당을 짓고 은둔의 처소로 삼으면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 소성당 쌩 크리스토프(Saint Christophe)를 소유한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의 '에르미따쥬 라 샤ㅤㅃㅔㄹ(La Chapelle)'은 에르미따쥬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입니다. 성당이 있는 언덕에 올라 주변을 관찰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성당 근처 대부분의 포도밭이 엠 샤푸띠에(M. Chapoutier)의 소유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엠 샤푸띠에는 보르도 거대 샤또 한 개 수준의 에르미따쥬 전체 포도밭(134ha)에서 제일 큰 규모(30h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폴 자불레 애네는 스테랭베르그를 기리기 위하여 론의 주요 화이트 품종인 마르산느(Marsanne)와 루싼느(Roussanne)를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 '르 슈발리에(le Chevalier) 스테랭베르그'도 생산합니다. 에르미따쥬는 예로부터 보르도 와인에 견줄만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여, 한 때는 보르도 일등급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불어로 로띠(Rotie)는 '불에 구운'을 의미합니다. 경사도가 심한 곳은 무려 60도에 달하는 꼬뜨 로띠는 여름철이면 말 그대로 구워질 지경이랍니다. 북부 론 맨 위에 위치한 꼬뜨 로띠는 상대적으로 뒤늦은 20세기 후반에야 유명해졌는데,. 현재 론 와인의 최고 생산지 꼬뜨로띠의 명성에는 이기갈(E. Guigal)의 역할이 컸습니다. 42개월간 새 오크통에 숙성하여 포도밭별로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꼬뜨로띠를 대표하는 이기갈의 싱글 빈야드, '라라라 시리즈'로 불리는 라물린(La Mouline), 라랑돈(La Landonne), 라튀르크(La Turque)의 2003년, 2005년, 2009년 빈티지는 최근 은퇴 선언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와인을 발효·숙성 후 병입해서 판매하는 이들 와이너리 본사는 마을 내에 있기에, 경사지의 포도원 곳곳에 커다란 콘크리트 입간판을 세워 와이너리 이름을 광고하는 것은 다른 와이너리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입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