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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난감한 혁신도시법안

2019-06-06기사 편집 2019-06-05 18: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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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충남 출신 현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혁신도시법 개정안은 4개다. 충남의 홍문표·강훈식 의원, 대전의 박병석·이은권 의원이 각각 시간차를 두고 발의 대열에 합류했다. 여야 2대 2에 대전 2명, 충남 2명이어서 인적 구성비 면에서도 그럴 듯해 보인다.

지역 정치인들이 개정안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 대전과 충남의 정책적 지향점이 같고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면 연합 전력으로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다. 다만 각론에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선 누구의 개정안이 소관 국회 상임위인 국토위에 상정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같은 개정안이라도 국토위 안건으로 채택돼 심의·의결되는 개정안은 살아 남는 것이고, 반면에 외면 받은 개정안은 사멸의 길을 피해가기 어렵다.

4개 개정안은 결을 조금 달리한다. 홍 의원 개정안은 대전·충남도 혁신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었다. 박 의원 개정안 경우는 혁신도시법 시행 이전에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또는 공기업)도 지역 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의원 개정안은 박 의원 개정안의 확장판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강 의원 개정안인데, 지역 인재 채용 범위를 6개 권역으로 묶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구도화하면 홍 의원 개정안은 나머지 3개 개정안과 경합한다. 내용적 친화력이라는 단순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친화력이 높으면 단일안으로 수렴하기가 당연히 용이해진다. 그래서 인지 최근 국회 쪽에서 6월 국회가 열리면 국토위에서 박·강 의원 개정안 2개에 대해 병합 심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언뜻 반색할 만하지만 전후관계를 따지고 들면 간단치 않다.

박·강 개정안이 추진되면 대전이 수혜자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혁신도시법 시행 전에 대전에 이전해온 공공기관도 지역인재 30% 의무채용 대상기관으로 간주되면서 지역 젊은이들의 공공분야 취업 시장이 확대된다. 코레일, 수자원공사 등 13개 공기업 등의 취업 문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광역화 채용 협약을 맺은 충청권 전체 파이도 커진다. 이미 세종에 19곳, 충북에 12곳이 있는데다 충남에도 지역 인재 채용 대상기관 2곳이 있다. 다 합치면 타 권역에 밀리지 않는 숫자다.

혁신도시법 개정안은 대전에게도, 충남에게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4개 개정안을 놓고 볼 때 홍 의원 개정안으로 통합·수렴돼 처리되는 게 이상적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하면 대전·충남도 혁신도시 지위를 얻는다. 혁신도시 지정은 공공기관 이전의 전제조건이자 필요충분조건이다. 언제 이전했든 크게 상관없다. 혁신도시와 공공기관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고 그와 함께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의무 채용 정책에 기속되는 까닭이다.

박 의원 등 개정안을 차선책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4개 개정안이 나란히 막혀 있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고, 일단 길이 뚫리면 대전부터 혁신도시에 버금가는 부수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맞다. 대신 홍 의원 개정안은 빛을 보기가 힘들어진다고 봐야 한다. 대전도, 충남도 20대 국회에서 혁신도시를 관철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의 늪에 빠져 들 가능성을 말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혁신도시 클럽에 가입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대전·충남은 기존 10곳 혁신도시의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 앞에 속절없이 무력해질 뿐이다. 설상가상이라고 120여 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개시될 때 대전과 충남 몫 각 n분의 1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개정안이 됐든 대전과 충남은 같은 배를 타고 혁신도시강을 건너겠다는 일체감이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나 흑묘백묘론 식의 공명 심리를 경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도 단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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