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삶] 윌 맥컬럼 지음/ 하인해 옮김/ 북하이브/ 232쪽/ 1만4000원

랍스터는 어쩌다가 껍데기에 펩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게 됐을까? 캐나다 어부가 잡아 올린 랍스터의 등딱지에 파랑, 하양, 빨간색의 펩시 콜라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바다에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빨대는 종이로 바뀌었다. 음료에 담그면 흐물흐물해지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플라스틱을 줄여보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기꺼이 이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줄이고 다시 쓰는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또 심각한 플라스틱 공해를 알게 된 후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결심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지질학자들은 최근 암반에서 플라스틱 층을 발견했다. 인류의 환경파괴가 자연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물질은 방사능 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지구에서 가장 외딴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인간과 접촉한 적 없는 해양생물의 배 속에서도 발견된다.

플라스틱을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곳은 욕실이다. 샴푸, 린스, 치약 등 대부분의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내용물만 채워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보다 한걸음 더 나가고 싶다면 고체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통이나 종이 박스로 포장한 고체 비누, 고체 샴푸, 가루 치약 등이 좀더 친환경적이다.

옷은 오래 입을수록 환경에 이롭다.

의류가 해양 플라스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옷을 버릴 때만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옷을 세탁할 때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실이 빠져나온다. 폴리에스테르는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전체 옷감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옷을 세탁하면서 나온 것이다. 길이가 1밀리미터도 안 되는 마이크로파이버(초미세 합성섬유)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세탁기에서 빠져나와 배수구로 흘러들어간다.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이버가 작은 새우처럼 생긴 크릴과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눈에는 맛있는 먹이로 보인다. 먹이사슬에서 맨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이러한 동물은 더 큰 동물성 플랑크톤, 어류, 고래를 비롯한 바다 포유류처럼 수많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 같은 경로로 마이크로파이버는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축적되다가 마침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는 해결책은 옷을 덜 사고, 산다면 중고의류나 천연섬유로 만든 제품을 사는 것이다. 옷을 덜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에 유해한 마이크로파이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인 이유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린피스 영국 사무소의 해양 캠페인 총괄을 맡으며 플라스틱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플라스틱 공해에 집중하는 까닭은 문제가 심각하지만 해결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이제 막 플라스틱 공해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린피스 영국 사무소에서 오랜 시간 캠페인을 진행해온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법을 담았으며,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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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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