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자 대전선병원 간호국장
임정자 대전선병원 간호국장
한때 금남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간호사는 남자들의 수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이들이 남자간호사를 낯설게 생각한다.

신규간호사는 일정 기간이 지나 연차가 쌓이면 일련의 과정 후 간호책임 보직을 맡게 된다. 간호사로서 경력 쌓기가 어렵다보니, 연차가 쌓이고 한 단계 이상 승진한 남자간호사가 참 귀하다.

어느 날 카페에 갔는데 우연히 옆에서 선병원 얘길 하고 있었다. 직업의식이 발동해 귀가 번쩍 뜨였는데 아주머니들이 `간호사가 남자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싹싹하고 일도 참 잘 해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얘길 했다.가만히 듣고 보니 신경외과 병동의 모 경력간호사가 주인공인 게 분명했다.

면접 때 병동에 못 가면 이 병원을 다니지 않겠다며 꼭 병동을 가고 싶다고 했던 당돌한 모습이 떠올랐다.

며칠 뒤, 낮번 근무 후 퇴근하는 그와 마주쳤다. 얼마 전 일이 생각나 "커피 한 잔 하자"며 잠시 불렀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봤던 고등학생 시절, 의료진의 정성어린 모습에 감동 받아 간호사를 꿈꿨다는 그였다.

간호사들은 다양한 이유로 간호사란 직업을 선택하는데, 이렇듯 특별한 계기로 간호사를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한 경우도 많다.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을 성별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간호사 역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보람을 느끼는 보통 간호사다.

하루는 어느 환자의 유가족이 장례가 끝난 후 병동을 방문해 손을 마주잡으며 마지막 가시는 길 돌봐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그때 간호사가 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간호사가 남자?`라는 생각에 남자간호사를 거부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남자간호사 앞에서 솔직해지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환자와 남자 대 남자로 상담했겠지만 그 후 자신을 `간호사`로 존중하던, 자신을 대하는 환자들의 바뀐 모습에 뿌듯했다고 했다.

예전엔 자신의 간호를 거부하거나 다른 부서 직원으로 봤던 분들이 많아 힘들다고 했다.

또 지금은 선배들과 잘 지내지만 그동안 선배들에게 남자 후배가 없었기에 처음엔 서로 어려웠던 점, 그 과정에서 종종 오해가 있었던 점 등 대인관계도 그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돌봐준 수간호사와 동료들을 평생 잊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함께 더 열심히 환자들을 간호하고 싶다고 했다.

그와의 대화는 짧았지만 강렬했다. `요리와 패션 같이 여성의 영역이었던 곳에서 누구보다 성공한 남자들이 있는 것처럼 저도 남자간호사로서 우뚝 서겠습니다`라며 본인의 소망을 담담하게 풀어갔던 그를 보니 그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곳곳에서 2019년 신규 남자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이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곳에 간호사의 역할이 넓게 펼쳐지길 기도하면서 선배 간호사로서 진심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꿈을 이루려면 꿈을 가져야 하는데, 그들에겐 이미 꿈이 있지 않은가.

임정자 대전선병원 간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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