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극의 발전을 위한 논의는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음악적 문제, 양식적 문제, 그리고 대중성의 문제 등 여러 문제제기로 이뤄져 왔지만, 서양음악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화의 융합과 교류가 매우 중요해진 이 시대에 한국 음악극은 서양음악과의 융합, 교류를 통해 서로의 강점은 받아들이며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매우 적었던 바,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해 이를 구체적인 방안을 통해 논의하고 제언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극의 틀이 되는 작곡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곡자의 역할은 음악극의 전문성과 연결된다. 즉 작곡가가 한국 음악극에 대한 음악적 정서를 알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판소리의 구조, 시김새, 장단 등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래와 곡은 이원화 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국 악기의 구조와 쓰임새를 잘 알아야 하고, 소리 하는 사람들의 습성과 소리의 구조를 절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판소리의 선법과 쓰임새, 즉 계면조나 평조, 우조 등 판소리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전통성을 담은 곡들을 탄생시킨다.

다음은 작품에 따른 오페라 가수와 판소리 가수의 혼용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판소리 음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가수의 음역이 상대 배역으로 적절히 들어옴으로써 보완하게 되고, 극중에서 떨고 꺾는 남도 계면의 표현과 기법은 판소리 가수가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떨림 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소리의 표현은 오페라 가수가 정교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면 단양의 브랜드공연 오페라 `바보 온달`에서 온달 역은 테너, 평강공주와 공주의 아버지 역은 판소리 가수, 공주를 사모하는 길대 장군 역에는 바리톤, 바보 온달의 어머니는 메조소프라노, 극중 사이사이에는 민요와 혼성합창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적인 색깔의 오페라로 탄생된 성공적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적 소재를 중심으로 한 혼합된 작품들이 많이 제작된다면 수성반주를 포함한 전통 창극과 관현악 편성의 창작 창극 오페라, 소리 북 중심의 완창 등 장르가 다양하게 나옴으로써 관객들에게 극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이는 대중화와 융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양 악기를 가지고 한국 음악을 연주하면 한국 악기가 되는 것이고, 한국 악기로 서양 음악을 연주하면 서양 악기가 되는 것이다. 이는 노래극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오페라 가수가 판소리를 노래하면 판소리 가수가 되는 것이고, 판소리 가수가 오페라를 노래하면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서양 음악과의 융합을 통한 한국 음악극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작곡가, 극을 소화해내는 배우 겸 가수의 적절한 혼용이 필요하다. 즉 창자의 생각과 소리의 구조를 작곡자가 이해하고 작편곡해, 이질감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음악극의 발전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용탁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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