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미국 해군이 1960년에 세운 기록을 16m나 경신하며 전 세계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한 일반인이 있다. 주인공은 53세의 빅터 베스코보라는 억만장자. 이미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탐험가다. 이번에 도달한 해저의 깊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높이보다도 2079m나 더 깊다. 하지만 세계의 언론의 관심은 티타늄으로 만든 잠수정인 `DSV Limiting Factor`도, 새롭게 발견된 4 종의 심해생물도 아닌 지구 가장 깊은 곳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에 집중됐다. UN에 따르면 해양에 투기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1억 t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 1월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영국의 엑시터 대학과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해안가로 떠밀려온 총 50마리의 해양 포유류의 사체를 분석한 결과 모든 사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일상생활을 돌아보면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행위에서부터 주거환경, 이동수단까지 모든 부분에서 플라스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세계 식용 소금의 9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처럼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진행하고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플라스틱의 기능을 대체하면서 환경에는 덜 유해한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한 플라스틱을 분해, 무해한 형태로 자연에 돌아가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여기에 사용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플라스틱, 정확히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로 각광받는 기술이 있다.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이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자연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분해되면서도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내구성까지 갖춘 신소재 기술이다. 이 기술이 언론에 보도되자 수많은 국민들이 감사의 댓글을 달았고 `돈을 더 내더라도 친환경 비닐봉투를 사용하겠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또 바이오화학연구센터가 위치한 울산에서는 예산을 들여 해당 기술을 활용한 재활용봉투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 플라스틱 오염문제 해결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 꿀벌부채명나방이 플라스틱을 소화시켜 분해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들은 실험을 통해 꿀벌부채명나방의 장내 미생물이 모두 제거된 후에도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미생물이 아닌 특정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살아있는 생물을 활용하면 완벽한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지만 효소를 활용하면 더욱 안전하게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폐우레탄폼 단열재를 재활용해 새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한 우레탄 제조원료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냉장고, 자동차 시트 등 단열제에서 배출되던 폐우레탄이 새로운 우레탄으로 무한 반복 사용될 수 있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플라스틱은 20세기에 나타난 기적의 소재다. 플라스틱을 개발해 인류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했던 과학자들은 이제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항하는 지구 방위군의 역할까지 해낼 것이다.

한선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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