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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2019-06-03기사 편집 2019-06-03 08: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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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차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 사고에 대한 진단서를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사고를 숨기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2명이 지난 4월 18일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 이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아이가 사망하자, 관련 증거를 없애고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증거인멸, 허위진단서 작성)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권대희씨는 과다출혈로 49일간 뇌사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한 유족에 따르면, 당시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면서 권씨 수술 중 수술실을 나갔고, 수술실에는 간호조무사만 혼자 남겨져 지혈을 했는데, 간호조무사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눈썹 화장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3년 전 권대희씨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논의가 이번 분당 차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은폐 의혹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만일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의료 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대 국회였던 2015년 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된 사례가 있을 만큼,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고 할 수 있다.

찬성론의 주된 논거를 보면, 우선 수술실 전반을 촬영함으로써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 명백히 드러나는 고의적인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술실은 외부인 통제 구역이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수술실에서 집도의가 아닌 생면부지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수술하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 각종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CCTV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만일 의료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시 중요하고 명백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 측은 의사나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사가 진료기록을 조작하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수술실 CCTV가 있다면 수술의 경과와 진행, 진료기록 조작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환자 측에 유리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환자 개인의 알 권리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환자는 수술 도중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에 관한 중요한 행위를 볼 기회도, 반론할 기회도 없는바, 적어도 사후적으로 필요할 때 볼 수 있도록 CCTV를 설치·운영하자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의 논거를 보면, 우선 의사들이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고위험도 환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수술을 회피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제대로 된 수술을 받기 어렵고, CCTV 영상이 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희박한 수술은 애초에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거라고 한다.

또한, CCTV 영상이 유출되면 의사와 환자에게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 개인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비밀이 현저히 침해되고 의료진과 환자간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일하는 현장을 감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고, 수술의 집중도가 저하되게 된다는 근거를 들기도 한다.

사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것인지 여부는 찬반 의견이 충분히 갈릴 수 있는 어려운 문제이기에, 의료법 개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좀 더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수술실 CCTV가 멀리서 찍기 때문에 수술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내용은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나 숫자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여서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같은 것은 확인할 수 없고, CCTV를 설치하더라도 촬영을 위해서는 환자 측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CCTV 영상을 소송, 수사 목적의 경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제반 안전장치가 확보한다면 반대론에서 주장하는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만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더라도 국·공립병원부터 우선 실시하거나 아니면 전국의 1,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부터 실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조성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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