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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현금없는 사회는 좋은 사회일까?

2019-06-03기사 편집 2019-06-03 0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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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도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쇼핑몰의 푸드 코트에 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푸드 코트는 현금을 받지 않았다. 현금 말고 다른 수단으로 결재를 해야 했다. 중국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같은 모바일 결제 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알리페이를 받고, 구걸하는 거지도 위챗페이로 돈을 받곤 한다.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푸드코트에서 결제를 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외국인인 필자는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인 필자는 알리페이도 위챗페이도 없다. 신용카드는 있었다. 하지만 그 푸드 코트에서는 신용카드도 안되었다. 중국인들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신용카드가 발달이 안되었기 때문에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수단이 크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현금은 받지 않고 신용카드도 안받는다. 돈은 있는데 밥을 먹을 수가 없다.

필자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깔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알리페이 등을 이용하려면 중국은행 계좌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계좌는 아무한테나 발급해주지 않는다. 일시적인 관광객이 은행 계좌를 발급받을 가능성은 없다. 중국인들이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겠지만,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때 알게 된다. 현금없는 사회는 절대 좋은 사회가 아니다. 은행 계좌가 있고, 모바일 결재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편리한 사회이다.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일단 외국인들은 현금없는 사회에서 밥도 못먹게 될 수 있다. 내국인이라 하더라도 현금없는 사회에서 결재를 하려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은행 계좌가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직장 없고 소득 없는 사람들은 은행 계좌 발급받기가 어렵다. 신용카드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용 불량자가 아니더라도 은행 대출이 한도까지 꽉 찬 사람들은 신용카드가 발급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현금없는 사회는 절대 좋은 사회가 아니다. 돈이 있어도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사회에서 소위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다.

지금은 누구나 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지 않느냐, 그러니 모바일 결제 수단만 이용하도록 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95%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아직 5%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5%는 별거 아니냐고 하면 곤란하다. 현재 245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직 2G폰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결제 기능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이 245만명보고 굶으라고 하는 말과 같다.

일단 인터넷이 잘 연결되고 스마트폰 이용이 일상적인 것은 도시뿐이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현금없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시골은 아니다. 와이파이가 안되는 시골은 굉장히 많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택배 서비스도 시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건물마다 들어서서 과잉 공급이라는 편의점도 시골에서는 절대 당연하지 않다.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비슷하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현금은 범죄에 이용되기 때문에 현금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은 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금융 범죄인 보이스피싱에서,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들고 오라고 하지 않는다. 모두 돈을 인터넷 뱅킹으로 보내라고 한다. 현금 때문이 아니라 인터넷 뱅킹 때문에 금융 범죄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거액은 모두 인터넷 뱅킹으로 움직인다. 금융 범죄를 막으려면 오히려 현금 거래를 더 장려하는게 맞다.

현금없는 사회는 절대 장밋빛이 아니다. 사회의 비주류에게는 혹독한 사회이다. 현금없는 사회를 맹목적으로 지향해서는 곤란하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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