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현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전충남본부장
남정현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전충남본부장
공유지는 경제학 분야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공유지에 관련된 첫 번째 이슈는`공유지의 비극`이다. 1968년 미국캘리포니아대학의 개런 하딧 교수에 의하여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인데, 100마리의 양을 키울수 있는 공유지에 누군가가 더 방목하여 추가 수입을 획득하면, 이를 본 이웃목동도 양을 늘리게 되고, 적정 수량을 초과한 방목으로 공유지는 결국 황폐화되어 양들은 더 이상 풀을 먹을게 없어 굶주리게 된다. 이와 같이 공유지 사용에 있어서 각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사유화 또는 정부의 개입이라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적 정당성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두번째 논의는 2009년 여성으로서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의 대표저서`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이루어 졌다. 기존 공유재를 다루던 게임이론 방식을 벗어나 실제 다양한 공유지의 활용사례를 조사하여 `공유지의 비극`에서 말한 결론과 달리 다양한 해결사례가 있음을 발표하고, 이런한 공동체의 특성을 기반으로 공유자원의 7가지 디자인 원리를 정의하였다. 공유지 사용 규칙은 현지의 조건에 맞아야 하며(규칙의 부합성), 규칙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규칙 수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집합적 선택 장치), 사용자들이 스스로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국가 같은 외부 권위체에 도전받지 않아야 한다(최소한의 자치권 보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은 노벨상 수상 연설인`국가와 시장을 넘어-다중심 접근법`에 잘 나타나 있는데 공유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디자인 원리에 따른 공유지 활용법과 관련해서 주목받는 사례가 있다. 캠코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유지 위탁 개발이 바로 대표적이다. 수도권과 경남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 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보유한 공공 주차장이나, 건물을 주민의 요구와 필요를 취합하고 지역 특성에 맞추어 새롭게 개발하는 방식이다.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양의 공유재산을 동원하고, 기존의 사용 규칙과 방법을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의 참여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자치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여 공공기관과 함께 새로운 공유재산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이 활용 할 수 있는 복합공유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법 많다. 그런데 대전시에는 현재 29개의 공영주차장이 있고 이중 일부는 지상 주차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중 일부라도 시민이 필요한 복합 공유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 한다면 공유재의 가치도 몇배가 상승함을 물론 주민 삶의 질도 대폭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남정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대전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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