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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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센터(콜센터) 메카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 지역 감정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컨택센터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과 달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는 허울뿐이기 때문이다.

2일 시에 따르면 대전 지역에는 총 132개 컨택센터에 1만 7459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시는 올해 초 컨택센터 이전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1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늘리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시가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조례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0월부터 시행된 `대전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는 유관기관의 장과 사용자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치료 및 상담 지원, 악성 고객으로부터의 분리, 충분한 휴식 보장 등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감정노동자는 피해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조치를 요구한 것을 이유로 해고, 징계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별도의 벌칙조항이 없어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또한 지난해부터 감정노동자의 보호 의무를 다 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법과 조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은 대전시 비정규직 근로자지원센터의 의뢰를 받아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조사한 `2018 대전지역 콜센터 감정노동 실태조사`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조례는 악성 고객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 해당 고객과 감정노동자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응답자 511명 중 287명(56.2%)만이 회사에 이러한 제도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직장 내 심리상담소가 설치돼 있거나 방문 상담사가 있다는 응답도 156명(30.5%)에 불과했다.

회사가 심리상담 외 치유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는 응답도 62명(12.1%)에 그쳤으며, 직장 내 상담소가 아닌 외부 상담기관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응답은 15명(2.9%) 수준이었다.

한 기업의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감정노동자들은 스트레스가 극심해 수면장애는 기본이고, 불안과 우울증도 빈번하다"며 "최근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직원도 있었지만 대전시에서 지원 받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는 복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어 특별한 벌칙 조항은 없다"며 "감정노동자보호법은 지방노동청이 담당한다"고 답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그동안은 사업주와 시민에 관련 교육을 하고 노동 실태와 환경 등을 정비 하는 기간이었다"며 "6월부터 하도급 등 계약 관계를 잘 파악해 본격적인 점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희 대전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 담당자는 "감정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 하는 이유는 법이 회사 밖에서 겉돌기 때문"이라며, "보호법의 처벌 대상 사업주와 실 근무지의 사업주가 달라 현장에서 적용이 어렵다. 근본적으로 감정노동자들의 계약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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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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