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맞물려 본말전도 우려… 자치경찰제, 그 자체가 목적 돼야

연예인 정준영의 몰카 사건이 한동안 연예가는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준영이 불법촬영하고 이를 지인들과의 단톡 대화방에 올려 유포했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은 성적대상화된 여성이나, 불법촬영 피해자로 옮겨가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시켰다.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 되지 않아도 수사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데 말이다. 본말이 전도된 꼴이다.

지방분권의 오랜 염원중 하나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와함께 검경간 수사권조정도 빅 이슈로 등장했다. 제각각 중요한 국가정책이면서도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둘러쌓고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자치경찰제가 수사권조정의 종속변수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지방분권법 제12조 3항은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선 기존 중앙집권적인 국가경찰체제로는 지역주민을 위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치안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천변 자전거도로 이용률이 높은 지역이라면 교통경찰을 배치해 각종 사고 예방 및 질서유지를 도모해야 하고, 교육도시라면 학교보안관을 확대해야 하며, 지역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치안행정을 통해 횡단보도와 신호등 등 교통시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변경 또는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자치에 이어 경찰자치가 제대로 안착돼야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틀이 완성되는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자치경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출범이후 이를 국정과제로 지정했고,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를 중심으로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하에 여성·청소년, 교통, 생활안전 등 주민밀착형 치안행정을 목적으로 지역밀착 부서인 지구대·파출소는 자치경찰로 이관하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시도경찰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이후 자치경찰제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로 보는 게 아니라, 경찰 권한 분산의 방법론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에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경찰 수사권력 비대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반박하는 논리로 회자되는 게 자치경찰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국가경찰의 상당한 기능과 인력이 지자체로 넘어가고, 그만큼 분산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회의에서 내년부터 시행될 자치경찰 시범지역을 기존 계획보다 2곳을 추가해 총 7개 시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제시했다. 물론 시범지역 확대는 당연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 배경이 자치경찰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치경찰 시행 없이 경찰에게 수사권을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검찰 논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면 이는 본말이 뒤바뀐 셈이다.

지난 27일 자치경찰 시범운영 지역 선정 및 평가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날 1차 회의에는 법조계,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 뿐 아니라, 민갑용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고위직들까지 대거 참석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시범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들 역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이제 `자치경찰` 열차는 사실상 본 궤도에 올라선 모양새다. 자치경찰은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경찰권한 분산에 방점을 찍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수사권조정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다루는 정책이라면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주권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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