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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이제, 지역이 보인다

2019-05-30기사 편집 2019-05-30 08: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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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위에 오니 지역이 보입니다." 며칠 전 언론인들과의 회합에서 넌지시 건넨 말이다. 지역의 합이 국가라고들 하는데,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부터 여태껏 지역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였다. 실타래같이 꼬여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의 비전을 천명하고, 사람·공간·산업의 3대 분야에서 45개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위상과 기능도 복원되었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발전특별법, 균형발전특별회계는 지금의 시대상과 문제의식을 반영해 수선되었다. 24.1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단장으로서 정부 국가균형발전정책 전반에 대해 기획하고 집행해나가야 하겠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업무 중 하나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SOC' 사업이다.

생활SOC란 보육, 건강, 환경, 여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와 안전시설을 의미한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여건, 모두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수준인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에 배경을 둔다. 지난 4월 정부는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총 48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아우를 수 있는 체감도 높은 정책이 바로 생활SOC 정책이다.

그중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생활 SOC복합화 사업추진의 중책을 맡았다. 내부적으로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필자가 추진단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복합화란 도서관, 어린이집, 공연장, 체육시설, 건강증진센터 등을 하나의 건물에 집어넣는 개념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정책적 함의가 담겨 있다.

먼저, 지역주도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나설 때 가장 잘 해결 할 수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과 지역 주민의 시각차는 공공연하다. 특히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사업의 경우에 온도차는 크다. 그래서 실제 사업은 지역이 주도하고, 균형위는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을 창의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범실시하고 있는 지역발전투자협약, 즉 계획계약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계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는 재정의 '분권과 혁신'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 일본 다케오시는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주민 커뮤니티 공간, 커피숍과 서점,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도서관 등을 함께 유치했다. 그 결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기면서, 훌륭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관 5년 만에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특히 이용자 40%가 관광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생활SOC 복합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이와 유사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지 확보와 건축비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는 향후 3년간 복합화 시설에 대해 국고보조율을 10% 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기원전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폰토스 국왕을 제압한 뒤 남긴 명언은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패러디된다. 균형위에 오니 지역이 보인다. 지역을 보니 이제는 지역 곳곳을 살맛나게 만들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전국 어디서든 나고, 자라고, 교육받고, 일하고,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부족함 없는 나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선진 대한민국을 꿈꾸며 읊조린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루겠노라'고.

진승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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