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 344쪽/ 1만 4000원

장수 고양이의 비밀.
장수 고양이의 비밀.
소박한 문체와 정감가는 일러스트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의 에세이 시리즈가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으로 출간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쿨 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을 잇는 시리즈로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에세이 60여 편을 모았다.

1995년에서 1996년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과 `태엽 감는 새`로 대중적인 성공과 문학적 성취를 함께 거두고, 옴진리교 지하철 테러사건 피해자를 취재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한창 작업중이던 소설가로서 터닝 포인트에 속하는 시기다.

몇 년간 일본을 벗어나 유럽과 미국에서 생활하는 등 사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특유의 관조적인 화법과 위트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때문에 작품 속에서도 일상생활 속의 소소한 발견과 빛나는 위트는 물론, `노르웨이의 숲`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인기 작가 대열에 들어선 시기의 소회, 외국생활의 에피소드,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출판업계의 현실에 대한 단상 등을 엿볼 수 있다. 또 밀리언셀러를 내는 인기 작가이면서 문단의 주류에서는 벗어나 있는 자신의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달리기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도 보여준다. 제목의 `장수 고양이`이자 하루키가 소설가를 꿈꾸던 시절부터 길러온 샴고양이 `뮤즈`의 이야기는 총 세 번에 걸쳐 등장하는데, 영특하고 미스터리한 반려묘의 나날을 관찰하는 감탄과 애정이 듬뿍 어린 시선에서 자타공인 애묘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주위 사물 하나하나를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며, 바뀌는 세상사에 때로는 감동하고, 때로는 투덜거리는 생활인 하루키의 에세이는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작품에서는 몇십 년이 지나도 유효한 하루키식 인생관에 매료될 수 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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