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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틋한 고백

2019-05-29기사 편집 2019-05-29 17: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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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지음/ 민음사/ 144쪽/ 1만 원

첨부사진1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대전 출신 손미(37) 시인이 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첫 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섬뜩하고 생경한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고 정련된 방식으로 부려놓는다. 그것들은 사랑과 작별, 다시 사랑의 순환 혹은 삶과 죽음, 다시 태어남과 살아감의 순환 속에서 더욱 깊은 감정의 진폭을 품는다. 이 시집은 살아있기에 고통스럽고, 아프기에 다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기록지다.

시인은 시집 내내 반복되는 고통을 가감 없이 받아 적는다.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 선명해 고개를 돌리고 싶다. 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고 아프든 상관없이 살고 싶다.

이 시집은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될지 묻는 동시에 이미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시집이다.

손 시인은 대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시집을 준비하며서 굵직한 이별들이 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기억들이 지워지고 혹은 스스로에게 삭제할 것을 강요하고, 감정이 변질돼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그런 기억들이 중첩돼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시인은 이번 시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 연인과 이별했다. 물리적인 육체는 사라졌는데 사랑은 남아있을까. 시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중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라는 구절은 사랑했던 기억들이 지워지고 스스로에 삭제할 것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를 되돌아본다.

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현재는 사라졌지만 대전의 산호여인숙을 주제로 시를 창작하는 등 고향인 대전의 흔적을 훑었다.

손 시인은 "대전은 저의 고향이자, 모든 기억이자, 전부"라면서 "산호여인숙이 사라질 때 많이 슬펐다. 마음 붙인 마을 하나라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시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간은 사라졌지만 시집 안에 되살려 놓으면 누군가는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썼다"며 "할 수 있다면 공들여 세워진 문화공간들이 돈 때문에 사라지는 일을 막고 싶다. 고유한 공간들이 사라지는 것은 대전에 녹아있는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목요일의 대관람차 '시에선 재치있는 시구 배열도 돋보인다. 대관람차를 형상화 해 시구를 집어 넣는 독특한 발상이다. 손 시인은 대관람차의 의미에 주목했다. '가는 것 같으면서 다시 돌아오는' 대관람차의 회전장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닮았다.

"어느 도시에 가건 대관람차는 꼭 타는 편입니다. 대관람차를 좋아해서 대관람차 모양의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모 칸을 대관람차처럼 동그랗게 배치하고 그 안에 문구를 넣었는데, 우리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듯, 안녕이라고 손 흔들었다가 결국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오기도 하는, 그런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 다시, 돌아오고, 하는 모양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시입니다."

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연결'을 강조했다.

"이 시집에서 말하고 싶은 건 '우리는 연결돼있다'는 것입니다. 빨대가 거북이 코에 박혀 있는 것도 우리 책임입니다. 물고기가 플라스틱을 삼키는 것도 우리 때문입니다. 먼 우주에서 폭발하는 별도 나와 연관이 있고, 방금 죽은 고래 한 마리도 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감싸안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상처를 봉합하는 것처럼요."

손 시인은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매일 한 시간씩 동네를 산책했다. 자신을 담은 시집을 내는 게 너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다. 불안한 날엔 산책하면서 풀과 나무, 꽃을 보고 새소리도 들었다. 나무를 끌어안고 있기도 했다.

손 시인은 "시집이 막상 나오고 나니, 생활이 바빠 기분을 느낄 새도 없지만, 누군가가 지금 내 시를 읽고 있다 생각하니 쑥스럽고 기쁘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에 산문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시를 쓰고, 읽고, 여행하고, 새로운 것에 감전되는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상이지만, 사방을 낯설게 여행하면서 낚싯대에 걸리는 언어들을 수집하며, 계속 쓸 생각입니다. 쓰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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