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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황금종려

2019-05-29기사 편집 2019-05-29 08: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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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열리는 칸에서 레드카펫을 밟아 보는 건 거의 영화인들이 꿈꾸는 소망이다.

종려나무는 야자나무의 일종이다. 오아시스에 열린 대추야자는 사막 유목민들에게 소중한 양식이었으리라. 칸이라는 도시의 문장이 종려이기도 하지만 모든 이에게 희망을 준다는 의미도 종려를 대상의 상징으로 삼게 된 이유라 여겨진다.

황금종려상은 공정채굴된(fair-mined) 황금으로 주조된다. 공정거래(fair-trade)는 저개발 국가에서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드는 커피농장 문제로 널리 알려진 이슈다. 불공정 거래는 다이아몬드나 금 같은 귀금속 생산에도 만연하다. 금을 수월하게 캐기 위해 중금속인 수은을 사용되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칸 영화제는 2014년 67회 때부터 채굴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불하는 금을 황금종려상 제작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적 역량 외에도 이 상이 여러모로 봉준호 감독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봉준호는 양극화 문제를 다룬 이번 영화 외에도 인류의 보편적 사회문제들을 다뤄왔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공감이 크다. 좋은 제작 과정이 좋은 영화로 이어졌다. 봉준호는 수상 소감에서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기생충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표준근로계약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영화 스태프 비율은 74.8%를 기록했다. 2014년 35.3%보다 대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4분1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997년 조감독 시절 봉준호는 배우 오디션 때 송강호를 처음 만난다. 단역을 전전하던 무명시절이던 송강호는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당시 탈락자에겐 별다른 연락조차 하지 않던 풍토였지만 봉준호는 장문의 메시지로 그를 격려했다. 훗날 스타가 된 송강호가 초짜감독인 봉준호의 출연제의를 단박에 받아들이게 된 이유다. 배려의 추억이 명작 '살인의 추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추억'의 성공은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으로 가는 시발점이 됐다.

이용민 지방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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