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농사만 지으며 부지런하게 살아온 어르신이 마을에 자신의 땅을 기부한 충남 부여의 노부부`, `칼바람과 씨름하며 거친 바다에서 30년 넘게 주꾸미를 잡아온 서천의 선장님`,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평생 돌을 깎아 예술을 만들어온 보령의 석공예가`……·

10년 넘는 시간 내가 만난 출연자는 얼마나 될까? 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일이다. 감히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내가 엿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주는 메시지는 때론 잘 쓰인 소설보다도, 웅장한 영화보다도 진한 감동을 전할 때가 많다.

사실 방송가에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KBS `현장르포 동행`, `이웃집 찰스`, `살림남`, MBC `나 혼자산다`, `전시적 참견 시점` 등 출연자들의 일상을 관전하듯 바라보는 프로그램, 이른바 관찰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꽤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혹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타인의 삶을 통해 새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나아가 타인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한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무시할 수 있는 현대인들이 이해를 통해 색다른 힐링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과 현실은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철저하게 타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는 일이 가장 큰 매너라고 여겨지는 요즘 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코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간섭`은 상대는 필요 없는 의견을 쏟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쾌감을 주고, 나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간섭과 관섭은 한 끗 차이,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가져 보자는 것이다. 할퀴고 상처내기 위해 날을 세우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편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다 보면 그들의 삶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황희선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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