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 차별을 없애 달라는 시위를 벌였는데 이때 그들이 외친 구호가 바로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것이었다. 빵은 여성의 생존권을, 장미는 노동조합 결성권과 참정권을 의미한다.

그후 캐서린 패터슨은 이때의 사실을 모티브로 한편의 소설을 썼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빵과 장미`이다.

한국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유교이념에 따라 살아왔기에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구조였다. 여성은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예기의 이념에 따라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현실에는 참으로 받아 들이기 어려운 관습이었다.

19세기 들어와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은 점차 많이 개선되었지만 지금도 매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이 되면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집회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거리로 나선 여성들은 생존권, 성별임금격차, 신체 자기결정권 등을 외치며 여전히 `빵`과 `장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혀진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채용과 승진에서 유리장벽이 존재하는 현실,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질수록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져 끝내 경력단절을 겪어야만 하는 현실, 성차별과 여성폭력, 여성빈곤의 현실들이 존재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은 "성평등이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회 속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없는 사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각 지자체는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여성친화도시 완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평등한 사회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평등한 사회는 남성과 여성 구별 없이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다.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빈곤타파, 안전한 사회 조성 등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특히 저 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여성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출산 이후 육아와 사회생활을 어려움 없이 병행해 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과 문화조성 역시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민주주주의 완성도 이루어 가고 있다. 그것의 마지막에는 바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물론 과거 100년 전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사회도 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과 지혜를 모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고 여성이 안전하고 보육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이 진정한 여성친화도시가 되는 길이며,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과제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더 이상 거리에 나와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치는 시대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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