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게 흐르고 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한 국가의 행동변화는 `제재`와 같은 채찍이나 `경제적 인센티브` 같은 당근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조심스럽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넛지`(nudge·슬쩍 찌르기)를 통해 부드럽게 개입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넛지정책이 필요한데 북한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서 한반도 평화체제 속으로 자연스럽게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부드러운 권유, 즉 넛지효과를 살린 `남북산림과학기술교류`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첫 협력사업으로 `남북산림협력사업`이 선정됐고 제1차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산림과학기술교류협력에 공동합의한 바 있다. 제2차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는 더 나아가 산림과학기술 공동토론회 개최를 협의해 가기로 했다.

첫 협력사업으로 `남북산림협력`이 선정된 것은 북한의 산림황폐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북한 산림복구협력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미리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한반도를 위한 선제적 정책인 셈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직접 조사가 어려운 북한의 산림을 위성영상으로 분석, 10년 주기로 북한산림실태를 모니터링하고 북한 산림정보 통합플랫폼을 통해 북한의 황폐지, 산림과학기술, 임산업 현황, 국제 정세 등 다양한 정보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두 번의 분과회담에서 양측 모두 합의한 양묘장 현대화와 산림병해충 분야 적정기술 등을 지원해 북한 스스로 산림황폐지 복구뿐 아니라 식량과 연료를 확보할 수 있는 임·농 복합경영 모델 및 전략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남북산림협력사업에 대비해 언어장벽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남북산림용어사전 편찬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이 사용하는 산림용어는 산림병해충 공동방제에 반드시 필요한 곤충 분야만 보더라도 45% 정도 낮은 일치율을 보이고 있다. 용어 협의는 남북산림협력사업 추진 시 소통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작업이다. 협력은 상호신뢰에서 출발한다. 남북 전문가들이 서로의 녹화경험과 과학기술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면 향후 남북산림협력사업의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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